[사설] 안전 무방비 대구 도심 빈집촌…지자체는 손 놓고 있을 텐가

  •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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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8  |  수정 2023-08-18 06:52  |  발행일 2023-08-18 제27면

대구 도심지 일부가 시쳇말로 '유령 마을'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구 중구 남산동·대봉동 일원(22만㎡)이다. 이곳에서 진행 중인 공동주택 건설사업이 부동산 시장 급랭으로 답보를 거듭하면서 빈집들이 장기간 내버려져 있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잡초도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밤은 물론 낮에도 다니기가 어렵다. 비행 청소년·노숙자까지 몰려들면서 우범지대가 되고 있다. 딱한 점은 여전히 일부 주민(30여 세대)이 아직 마을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줄 사회 안전망은 없다. 외부인 출입 통제 펜스 등 간단한 안전 시설물조차 없다. 이만저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남아 있는 주민들은 밤낮으로 사건·사고의 불안감에 떨고 있다. 특히 이 여름 폭염 속에서 쓰레기 악취와 파리·모기 등 해충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빨리 마을을 떠나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된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할 중구청은 빈집 실태는커녕 남아 있는 주민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사업계획 승인 이전 사업지의 방범 대책은 지자체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무책임하다.

주민들 말마따나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이들도 엄연한 중구 주민이다. 지자체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관내 주민 누구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 아닌가. 중구청 관계자는 "사업 승인이 언제 될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지자체의 자세가 이러니 '세금 낸 게 아깝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중구청은 '당분간은 방법 없다'는 식의 소극적 태도를 버려라. 즉각 '빈집촌' 실태를 점검해 안전대책을 마련하라. 아울러 관할 경찰도 치안에 각별한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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