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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덕 한국복지사이버대 외래교수 |
지난 8월4일 대구 달성공원의 수컷 코끼리 '복동이'가 다섯 살 연상의 암컷 '코순이'를 남겨 두고 먼저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그의 나이 쉰 살이었습니다. 복동이가 달성공원에 이사 온 때가 1975년이니 49년을 대구에서 산 셈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복동이와 코순이는 '부부' 사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코끼리는 덩치만큼이나 넓은 활동영역이 필요한데 그동안 코순이와 복동이가 지내온 공간은 매우 좁았습니다. 요즘과 달리 두 코끼리가 입사된 당시만 해도 동물복지를 깊이 있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없었습니다. 저는 연구 문헌을 보고 코끼리가 매우 높은 지능을 지녔고 인간만큼이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고전 관현악 음악에 안정된 정서로 반응한다는 점에 주목해 '코끼리를 위한 연주회'라는 꿈 같은 이벤트를 머릿속에 그려보다가 실제 코끼리를 위한 음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제 혼자 남은 코순이가 걱정됩니다. 코끼리는 넓은 활동영역이 필수적인데 이것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이상행동을 보입니다. 이를 '정형행동'이라 하는데, 다양한 활동을 하지 못해 생긴 무료함으로 인해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코순이는 정형행동이 심한 편입니다. 본능적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아 형성된 불안정한 심리의 반영으로 봤을 때 정형행동은 동물의 '심리적 대응책' 또는 '방어기제'와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형행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당연히 활동영역을 넓혀 주고 행동에 다양성을 주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코순이는 넓은 곳으로 이사 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달성공원은 향후 달성토성 복원과 함께 달성토성 문화공원으로 바뀌게 됩니다. 달성공원 동물들이 집단적으로 이사를 갈 계획이 생기게 되었는데요. 일단은 수성구에 대구동물원을 조성해 시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일부에선 코순이를 자연생태계로 돌려보내자는 의견을 내기도 하는데, 이것은 한평생 동물원에서 산 코순이에게 오히려 힘든 일일지 모릅니다. 코순이가 옮겨 갈 새집이 코순이가 활동하기에 충분히 넓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놀잇거리, 활동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덧붙여 인력 문제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달성공원에서는 교대로 일하는 사육사가 청소나 먹이 제공, 또 코순이의 건강 상태 확인 등을 위해 수고하고 계십니다. 향후 코끼리를 위해 건강 체크나 심리·행동적 문제를 완화해 줄 활동적 측면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인력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무슨 코끼리 한 마리를 위해서 몇 사람이나 투입되어 수고해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50년 이상을 대구시민을 위해 좁은 울타리에 갇혀 희생한 코끼리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대구시민이 힘을 모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옳다고 봅니다.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코순이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합니다. 우리가 어릴 적 마음에 그렸던 멋있는 코끼리 아저씨가 우리를 위해 실제로 희생된 것을 가슴에 새기고, 그것에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선순환시켜 남은 다른 동물의 삶이 조금씩 개선될 수 있다면 의미가 있겠지요.
얼마 전 우리를 떠난 복동이가 이제 근심 걱정 없는 하늘나라에서 신나게 날아다니길 빌며 남은 코순이는 대구시민의 관심과 더불어 더 나은 환경에서 행복해질 수 있길 소망합니다. 대구시민 여러분 코순이 많이 사랑해 주세요.서용덕 한국복지사이버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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