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구하라법

  • 허석윤
  • |
  • 입력 2023-08-21 06:50  |  수정 2023-08-21 06:51  |  발행일 2023-08-21 제23면

며칠 전 제주도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어미가 새끼 사체를 등에 업은 채로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게 목격돼 화제가 됐다. 죽은 새끼를 보내지 못하는 돌고래 어미의 애틋한 몸부림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에만 100여 마리 남아 있는 멸종위기종으로, 모성애가 지극하다고 알려져 있다. 죽은 새끼를 업고 유영하는 모습이 과거에도 몇 차례 발견됐다고 한다.

돌고래의 모성애가 감동적이라고 해도 사람에 비할 바는 아니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헌신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위대한 사랑이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요즘 세태가 흉흉해서인지 이 같은 믿음조차 흔들린다. 친모가 어린 자식을 버리거나 학대하고 심지어 살해까지 한다. 극히 일부지만 동물보다 못한 인간의 일그러진 모성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죽은 아들의 보험금을 타려고 무려 54년 만에 나타난 80대 친모 사례도 공분을 사고 있다. 그 친모는 두 살배기 아들을 버리고 집을 나간 후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챙기려고 불쑥 나타나 친누나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 법원은 보험금 2억3천만원 중 1억원을 친누나에게 주라고 결정했지만, 친모는 다 갖겠다며 이마저도 거부했다. 이처럼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재산 상속을 막자는 게 '구하라법'이다. 가수 고(故) 구하라씨 오빠의 입법 청원에 따라 2021년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태껏 감감무소식이다. 국회가 구하라법을 뭉개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 벌어진다. 자식을 버린 패륜 부모가 죽은 자식 재산으로 한몫 챙기는 모습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허석윤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