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의 시와 함께] 이종문 '범종이 당목에게'

  • 송재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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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1  |  수정 2023-08-21 06:57  |  발행일 2023-08-21 제21면

어디 나만 아플 건가, 너도 또한 아픈 것을

그래도 힘껏 쳐라, 너와 내가 으스러져

산 넘고 물을 건너는 소리 한번 내어보자

이종문 '범종이 당목에게'

[송재학의 시와 함께] 이종문 범종이 당목에게
시인

당목은 범종을 때리는 나무이니까 그 둘은 실과 바늘 사이이다. 시집의 표4에 적힌 시인의 말이 먼저 시선에 들어온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고 가슴 뭉클한 시집을 내는 것이 나의 오래된 꿈이었다." 이미 몇 차례 재미있고 뭉클한 시를 우리에게 보여준 시인이다. 그래서 재미있고 뭉클한 부분을 먼저 찾게 된다. 이 시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산사의 범종이 당목을 위로하면서 건네주는 말이다. "어디 나만 아플 건가, 너도 또한 아픈 것"이라는 부분. 당목이 범종을 때릴 때 자신이 아픈 것을 감수한다는 시선에 눈이 머문다. 오래된 부부가 서로 등을 긁어주며 아름답게 늙어가는 모습과 겹친다. 가슴 뭉클한 일은 범종이 당목의 손을 잡고, "너와 내가 으스러져 산 넘고 물을 건너는 소리 한번 내어보자"라는 것. 당목이 범종을 때릴 때의 종소리가 장엄한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 누군가의 절절한 기도라는 것, 그 기도는 누군가가 절절하게 아프면서 내는 진심이라는 것. 으스러져야 할 정도로 아파야 종소리는 산 넘고 물을 건너서, 누군가 여기 산사가 있다는 걸 알게 해 준다. 그것은 당신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존재가 어딘가 있다는 것.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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