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킬러규제 혁신', 或速或遲(혹속혹지)

  •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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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5 07:01  |  수정 2023-08-25 07:02  |  발행일 2023-08-25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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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

'규제혁신'은 정부의 영원한 숙명이자 풀어야 할 과제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출범과 함께 규제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있었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는 '규제완화'와 녹색성장 전략을 강조했고, 박근혜 정부는 '규제비용관리제'와 '규제일몰제' 등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규제혁신 3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윤석열 정부는 그 어느 정부보다 혁신의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규제인 '킬러규제'를 발굴하고 신속한 개선을 천명했다. 규제혁신의 방향 설정, 정부의 강한 의지 표명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글로벌 경기침체, EU의 규제 강화 등 대외 여건을 고려하면 신속한 규제 개선의 명분과 필요성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외 규제 환경은 어떤가. 기본적으로 국내 법령에 근거한 전통적인 규제와 관련하여 최근 몇 년간 잦은 제·개정 등으로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 게다가 EU 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시(Disclosure) 의무, 공급망 관리 등이 제도화되면서 새로운 규제에 직면해 있는 현실이다. 한편 지난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의하면,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중 17곳은 국내 규제로 인해 진출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22년 11월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서는, 제조업 304개사(국내 매출액 상위 1000대 제조기업 대상) 중 약 80% 이상이 순환경제 정책목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에 기초하면 현시점에서 민간 투자 촉진, 해외 투자유치 등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규제혁신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첫째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방식이다. 법률로 금지된 사항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둘째로, 규제 샌드박스(Sand box), 일몰제 등이다. 샌드박스는 실증특례 등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이다. 셋째로, 규제개혁위원회 등 규제혁신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관련하여 정부에 따라 명칭이 조금씩 바뀌기도 했지만 그간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규제혁신에 있어서 고려사항은 무엇인가. 첫째로, 탄소중립, 순환경제 등 글로벌 동향에 부합하면서, 국내 산업육성, 일자리 창출 등에도 기여해야 한다. 예컨대, EU는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 등을 통해 탄소중립 관련 산업육성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규제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둘째로, 환경오염 및 화학사고 등 국민 안전·환경과 직결되는 규제와 관련해서는 속도의 완급조절과 그 내용, 효과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규제는 기업에 부담이 되더라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필수적인 규제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다양한 기업 현장의 요구와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업종, 규모, 지역 등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와 그 체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 즉 '킬러규제'는 과감하고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빠른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잘못한 규제혁신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다. 혹속혹지(或速或遲), 사안에 따라서는 속도의 완급조절과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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