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전업자녀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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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30 06:54  |  수정 2023-08-30 06:53  |  발행일 2023-08-30 제27면

중국경제가 심상찮다. 롤러코스터에 비유한다면 급상승이 끝나고 내리막 구간에 접어든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하강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경제를 '시한폭탄'에 빗댄 건 허튼소리가 아니다. 전례 없는 소비·수출 둔화에 부동산 버블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제침체의 최대 피해자는 청년층이다. 지난 7월까지 중국의 대졸자는 1천100여만 명이다. 이들을 포함해 올해 고용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3천300여만 명이 살벌한 취업경쟁을 벌여야 한다. 중국의 지난 6월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21.3%였다. '통계 마사지'에 능한 중국 정부가 7월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건 실업률이 더 치솟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는 50%에 가까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 탓에 최근 중국에선 '전업자녀(Full time children)'가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전업주부처럼 가족들을 위한 식사, 청소, 돌봄 등 가사를 도맡는다. 그 대가는 용돈이 아니라 엄연한 월급이다. 그들에겐 집이 직장이고 부모가 고용주인 셈인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노동시간 조건을 협상하는 '프로 전업자녀'도 있다. 심지어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전업자녀를 선택하는 청년들도 있다고 한다. 전업자녀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캥거루족'보다는 훨씬 염치가 있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공짜 숙식에 용돈까지 뜯어가는 캥거루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청년실업률이 꽤 높은 만큼 캥거루족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전업자녀로 전향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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