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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동 변호사 |
저질러지는 모든 범죄가 드러나고 그에 맞는 처벌을 받는 것이 이상적으로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세상이 그럴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음주운전은 아주 위험한 범죄이지만 모든 음주 운전자들이 적발되어 처벌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무사히 집에 도착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경찰 인력들이 매일 음주운전 단속에 매달리는 것도 가당치 않은 일이다. 사소한 폭행이나 사기 또는 성범죄 등 많은 범죄가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묻혀버린다. 피해자들이 굳이 문제를 삼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지되더라도 수사기관의 판단에 의해 유야무야되는 경우도 많다. 굳이 처벌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처벌하는 것이 더 부당한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법률은 추상적이고 현실은 다양하여 범죄가 되는지 여부도 불투명한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모든 판단을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이 독점하고 있다.
어떠한 범죄에 대한 첩보나 고발이 접수되었을 때 수사착수의 여부나 범위나 종결을 결정하는 것도 그 재량에 맡겨져 있다. 어떤 사건에 관하여는 막대한 인력을 투입하여 광범위한 수사로 가지에 가지를 뻗을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캐비닛에 묵혀두고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자기 식구에 대한 것은 수식(數式)을 동원하여 액수를 낮추기도 하고 가벼운 법률을 적용하여 형벌을 면하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권력은 늘 검찰권을 수하에 두고 싶어 한다. 이를 막기 위하여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기도 하고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권력의 힘이 검찰에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여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검사 출신이 대통령인 현 정부 아래에서 검찰권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은 오히려 권력의 의중을 개개 검사에 전달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야당 대표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에서도 잘 알 수 있는데, 최근에는 측근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과 반대되는 증언을 한 증인에 대하여 위증죄로 입건하여 피의자로 만들고 변호인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립적이어야 할 검찰권을 장악한 권력은 무섭다. '토끼몰이'라는 비난을 들었던 조국 전 장관 일가족에 대한 수사는 누구든 찍히면 온 가족이 파멸에 이를 수 있다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오래전에 조국 부부를 기소했던 검찰이 부모의 법정에서의 반성 여부에 따라 보고 딸의 기소를 결정하겠다는 심리적인 학대를 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최근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조민을 부모의 공범으로 기소한 것은 임은정 부장검사가 말한 대로 '인질극'을 보는 것 같았고 국가기관이 취할 수 없는 비열한 행위였다.
조민의 혐의라는 것이 대학원에 진학할 때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허위의 내용이 있다는 것인데, 과연 수많은 대학과 기업에 제출된 헤아릴 수 없는 자기소개서에 적힌 내용의 진실성을 검증할 수 있을까. 남들에게는 적용되지도 않고 골고루 적용할 수도 없는 법리를 특정인에게만 엄하게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것으로서 지탄받아야 할 것이다.
브라질의 독재 대통령이었던 바르가스는 "우리 편에게는 모든 것을, 적들에게는 법을"이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공정과 형평을 잃은 법은 흉기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검찰 내부의 무덤 속 같은 고요함이다.이재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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