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1야당 당수 이 대표의 단식 투쟁,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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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4  |  수정 2023-09-04 06:54  |  발행일 2023-09-04 제27면

제1야당 당수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인의 극적인 저항 행보인데, 사실 국민 시선이 그리 호의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1세기 대한민국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단식에 돌입했다. 요구 조건으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반대 입장 천명, 국정쇄신과 개각에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내세웠다. 그 실현 가능성 여부는 별개로 하더라도 야당 대표로서 충분히 밝힐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이 대표의 강한 태도를 지원할 명분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식은 극한적 투쟁 방식이다. 진중하고 한편 엄숙한 행위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미 여당으로부터 출퇴근 단식이란 비아냥을 듣고 있다. 취침을 다른 곳에서 한다. 여기다 이 대표는 단식 3일째인 지난 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장외집회에 참석하고 주도했다. 곡기를 끊고 단식하는 이의 행위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대표의 단식은 본인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이 본격 진행되는 순간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개운치 않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여러 혐의로 기소돼 있다. 검찰과는 소환 날짜를 놓고 승강이를 벌이다 유야무야됐다. 사법처리를 막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방탄 단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그의 비장한 투쟁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민주국가란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방식인가를 놓고 국민적 의문도 없지 않다. 이 대표는 기왕 단식에 들어갔으면 나라와 본인을 위한 최상의 조합과 진로가 무엇인지 한번 진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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