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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우리나라에는 가봉의 봉고 대통령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1967년부터 42년간 가봉을 통치한 대통령으로 우리나라에도 네 번이나 왔다. 자녀가 53명이나 되는데 '공식적' 아들은 7명이다. 그가 2009년에 세상을 떠나자 그 공식적 아들 중의 하나인 알리 봉고 온딤바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 아들 봉고 대통령은 두 가지를 좋아했는데 음악과 밀림이다. 그는 밀림을 잘 보호하여 많은 찬사를 받은 만큼 밀림은 온갖 야생동물의 천국이 되었다. 코끼리 개체 수가 불어나 농작물을 망쳐 놓았다고 농민들이 아우성이다.
지난 수요일(8월30일) 이 가봉에 정변이 일어났다. 이날 새벽 3시에 그전 토요일에 치러진 대통령선거 개표결과 발표가 있었다. 현 대통령이 3선에 성공했다는 발표가 있자 수도 한복판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일군의 장교가 국영 방송국에 들어가 저들이 권력을 장악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대통령은 가택 연금되었다. 주도한 인물은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48) 장군인데 그는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경호실장이었으며 또 대통령의 사촌이다. 르몽드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현 대통령은 헌법을 어겼고 나라가 심각한 위기를 맞아 군이 판을 바꾸려 한다고 했다.
이 응게마 장군은 모로코의 메크네스왕립사관학교를 나와 아버지 봉고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다. 아들 봉고 대통령 때에는 모로코와 세네갈 대사관에서 10년 근무하다 경호실로 복귀하여 곧 실장으로 승진했다. 워싱턴 DC 근교에 부동산이 있어 부정축재의 의혹이 있지만 수도 리브르빌에서는 봉고가의 반세기 독재가 끝났다고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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