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직터뷰] 전중하 <주>문화뱅크·<주>코리아비앤씨 대표

  • 허석윤,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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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6 08:14  |  수정 2023-11-29 15:36  |  발행일 2023-09-06 제25면
"팬데믹 때 목숨 걸고 입출국을 밥 먹듯…많은 수출 계약, 노다지였죠"

전중하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전시컨벤션 전문가이자 화장품 수출 역군인 전중하 문화뱅크·코리아비앤씨 대표가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시작하기는 쉬워도 성공하기는 어려운 게 사업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통계도 있지만 굳이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주변에 널린 게 사업 실패담이다. 그럼에도 사업에 뛰어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관적이다. 자신만은 성공할 것 같은 확신을 가지기도 한다. 문제는 그게 근거 없는 희망일 경우가 많다는 것.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갖고 있다. 얻어맞기 전까지는." 전설적인 복서 마이크 타이슨이 남긴 말이다. 권투선수만이 아니라 사업가에게도 유효한 경구다. 사업이란 것도 결국 한판 승부 아닌가. 어쩌면 '사각의 링'에서 펼쳐지는 혈투보다 더 치열한 생존 경쟁이다. 그럴싸한 계획을 들고 사업 무대에 올랐다가 호되게 당하고 퇴출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스타트업 5년 생존율이 30%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사업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는 무엇일까. 자질·노력·운 중에 적어도 하나 이상이 필요한 건 확실하다. 필자처럼 사업과 거리가 먼 사람들도 그 정도는 안다. 거기까지다. 성공의 핵심 요인과 디테일은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유추는 가능하다. 성공한(혹은 성공 중인) 사업가가 들려주는 인생 철학과 경험담을 통해서다. 그들의 사업 스타일은 제각각이지만 성공 방정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근면과 성실이 근본 상수(常數)다.

영주 시골서 자라며 영어 좋아하고 잘해
고교 졸업후 카투사 복무 美 장관표창까지
첫 직장 호텔 중책 안주 않고 뉴질랜드 유학

IMF사태 와중 귀국했지만 사업구상 매진
이듬해 TK 첫 전문문화기획 '문화뱅크' 설립
영어교육박람회·커피&카페박람회를 비롯
치맥페스티벌 등 성공 '업계 톱 클래스' 등극

2016년엔 화장품기업 '코리아비앤씨' 세워
'디블랑' 브랜드로 20여國 수출 K뷰티 선도
전시컨벤션 전문가·화장품 수출역군의 삶


전중하(54) <주>문화뱅크·<주>코리아비앤씨 대표의 최대 덕목도 성실함이다. 인생 모토부터가 '근자필성(勤者必成)'이다. 25년간 사업을 성장시켜온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여기에다 특유의 도전 정신과 열정, 창의적 아이디어, 통찰력도 장점이다. 물론 전 대표도 사업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본인은 '실패'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오히려 쓰러지지 않으려는 발버둥이 더 힘들 수도 있는 법. 그와의 인터뷰 도중 '역시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다른 노력에 더해 때때로 밀려드는 두려움과 외로움까지 극복해야 하니까.

전 대표는 경북 영주에서 2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여느 시골 아이와 달랐던 건 영어를 좋아하고 꽤 잘했다는 것.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카투사에 입대하고, 복무 중에 미국 국방부 장관 표창까지 받을 정도였다. 그는 뛰어난 영어 실력 덕분에 제대 후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3년 가까이 중책을 맡아 정규직으로 일했다. 당시만 해도 외국계 호텔 총지배인이 꿈이었다. 하지만 근무하던 호텔에 해외 유학파 엘리트들이 몰려들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외로 나가서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 "멀쩡한 직장을 왜 때려치우느냐"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는 낯선 뉴질랜드로 떠나 경영학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가져간 돈은 몇 달 만에 바닥이 났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그가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때는 공교롭게도 IMF 사태가 일어난 1997년이었다. 막막한 현실이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사업구상에 매진했다. 마침내 이듬해 대구경북 최초의 전문 문화기획사인 '문화뱅크'를 설립했다. 문화뱅크는 2000년대 후반부터 MICE(Meeting·Incentive·Convention·Exhibition) 전시컨벤션 기획사로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 '대한민국영어교육박람회'를 시작으로 '대구 커피&카페박람회'(2011~), '대구치맥페스티벌'(2013~2015)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문화뱅크가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 관련 업계 톱 클래스에 오른 원동력이 됐다. 전 대표가 MICE 산업계에서 '아이디어 뱅크'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에게는 'K뷰티 수출 전도사'라는 또 다른 애칭이 있다. 2016년도에 화장품 기업 <주>코리아비앤씨를 설립해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기획과 화장품 분야에서 '투잡'을 뛰는 전 대표의 바쁜 사업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주>문화뱅크를 소개하자면.

"간단히 말하면 MICE산업 관련 토털서비스시스템을 갖춘 전문기획사입니다. 국내외 전시회 주최를 비롯해 박람회, 콘퍼런스 등 각종 행사를 기획·운영·디자인합니다. 2010년에 MICE업계 최초로 벤처기업에 지정될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았습니다. 지금까지 개최한 대표적인 전시회는 '대한민국 영어교육박람회'를 비롯해 '대구 커피&카페박람회' '경주윈터페어' '대한민국장례문화박람회' '대구치맥페스티벌' 등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저의 전시컨벤션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어교육박람회는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대구의 민간업체가 영어를 주제로 한 박람회를 처음 만들어 흥행몰이를 했으니 그럴 만했죠.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어떻게 기획한 건가요.

"대구사람들은 예전부터 치맥을 즐겼잖아요. 저도 직원들과 두류공원에서 돗자리 펴놓고 치맥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이걸로 축제를 만들면 괜찮겠다'는 촉이 왔어요. 2013년에 첫 축제를 열었는데 대구시 보조금이 5천만원밖에 안돼 어려움이 많았죠. 사업비가 턱없이 모자랐지만 행사 준비와 홍보에 최선을 다해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이 행사를 3년간 진행하면서 대구 대표 축제로 키웠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탄탄한 기획사가 있는데 화장품 업체를 또 설립한 이유는.

"제 사업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필요해서였죠. 사실 기획사 특성상 아무리 노력하고 잘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관공서 등을 상대로 늘 영업을 해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고, 행사 취소 등 돌발 변수도 많고요. 대구치맥페스티벌처럼 대박 행사를 만든다 해도 내 것이 아닐 수 있죠. 이런 고민을 덜기 위해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전시컨벤션 업계에서 20여 년간 쌓아온 역량을 발휘하면 승산이 있겠더라고요. 제가 제품 기획에서부터 디자인·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인 만큼 화장품 산업에서도 먹혀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맞아떨어졌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도움이 됐고요."

▶<주>코리아비앤씨는 어떤 기업인가요.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글로벌 코스메틱 전문 연구소 기업입니다. 우리 회사의 '디블랑(DIBLANC)' 브랜드는 K뷰티를 선도하는 화장품이라고 자부합니다. 실제로 대구한의대와 함께 개발한 고기능성 한방 스킨케어와 립스틱 제품은 현재 유럽·미국·중동·러시아 등 20여 개국에 수출될 정도로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기획한 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제품 성분 못지않게 용기 디자인을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하는 것도 중요하죠. 다시 말해 잘 팔릴 만한 게 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게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코리아비앤씨가 수출 비중 90%가 넘는 지역 최상위권 업체로 성장한 핵심 비결입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죠. 행사가 없다 보니 기획사 수입이 없었죠. 그래도 한솥밥 먹는 직원들을 내보낼 순 없었어요. 가진 자산 다 팔고 빚까지 내서 버텼습니다. 화장품 업체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죠. 그래도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아무도 해외에 안 나가던 시기였지만 저는 입출국을 밥 먹듯 했습니다. 그렇게 목숨 걸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더니 하늘도 도와주더군요. 그 기간에 유럽·미국 바이어들과 많은 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경쟁자가 없으니 거의 100전 100승, 노다지였죠. 코로나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죠."

▶사업 철학과 목표는.

"사업에는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감도 지녀야 합니다. 제가 <사>경북도화장품산업협회를 설립해 초대회장을 맡고 있는 것도 지역 화장품 기업들의 상생과 지역 기여를 위한 것입니다. 사업목표는 문화뱅크의 경우 대구를 전 세계에 각인시킬 만한 MICE 행사를 하나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글로벌 행사로 자리매김한 이탈리아 볼로냐의 뷰티박람회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불가능할 것도 없겠죠. 또 대구경북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화장품 기업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4년 내에 코리아비앤씨를 그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허석윤 논설위원 hsy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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