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추석밑 장보기 소통행보…총선 '친박' 지원 나서나

  • 서민지,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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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6  |  수정 2023-09-26 08:43  |  발행일 2023-09-26 제4면
현풍시장 방문 상인들 환호…朴 "오래전 오려 했는데 늦어져"

지역 정치권, 보수 대단합 힘싣기·지지층 결집 시도 해석도

"정치적 행보라면 서문시장 갔을 것" 일부선 확대해석 경계
박근혜, 추석밑 장보기 소통행보…총선 친박 지원 나서나
25일 오전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장을 보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박근혜, 추석밑 장보기 소통행보…총선 친박 지원 나서나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깜짝 방문해 장을 봤다. 모처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달성 주민들과 직접 소통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이번 공개 행보가 총선 정국이 달아오르는 분기점이 될 추석 명절 전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치적 영향력의 건재함을 보여주면서 총선 출마가 거론되는 친박(親朴)계 후보를 지원 사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날 오전 11시4분쯤 박 전 대통령은 특유의 올림머리에 베이지색 긴팔 셔츠와 청치마 차림으로 현풍시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동행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현풍시장 방문은 경호상 이유로 극비에 부쳐졌다. 시장 상인들과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장을 보러온 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의 방문 소식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과 마주친 시민들은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추석 차례상 준비로 장을 보러 왔다는 70대 달성 주민은 "예상도 못했는데 정말 기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열성 지지자들은 "너무 좋다. 고우시다. 건강하셔서 고맙습니다"는 말을 건넸다. 곳곳에서 박 전 대통령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손을 잡고 한동안 울먹이는 상인도 있었다. 한 채소 상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함께 사진을 찍는 게 제 평생 소원"이라며 간곡히 부탁했고, 결국 그 소원은 이뤄졌다. 국화빵을 파는 한 상인은 "그래도 박 전 대통령에게 팔았네"라는 이웃 상인의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박 전 대통령 주위에는 수십 명의 시민이 붙어 다녀 이동이 힘들 정도였다.

박 전 대통령은 어묵 1만원어치를 산 후 30여 분간 380m 정도를 걸으며 더덕·고구마 줄기·호박잎·국화빵 등을 현금으로 구매했다. 채소 상인에게 "직접 재배하신 거냐"라고 질문하거나, 더덕의 원산지를 묻고 비교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냐"는 한 상인의 말에 "저도 오래전에 오려고 했던 게 이렇게 늦어졌다"고 답했다. 환호하는 시민을 향해선 환한 웃음과 인사로 답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1시32분쯤 시장 장보기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추석이라서 장도 보고 주민들도 만나러 왔다"는 말을 남기고 차량에 탑승했다. 그리고는 5분 거리에 있는 유가읍의 사저로 다시 향했다.

지역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이날 시장 방문 등 잇따른 공개 일정에 대해 6개월여 남은 총선을 염두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로선 정치적 영향력의 건재를 보여주면서 친박(親朴)계 후보들을 지원 사격하려는 의중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 대단합에 힘을 실으면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의 만남에서 김 대표에게 "여당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승리할 수 있도록 잘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현실 정치 참여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에는 의미가 부여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측과 가까운 정치권 관계자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부터 계속 장에 가시려고 했지만 여러 이유로 못 가셨다고 한다"라며 "달성에 오신 지가 1년 6개월이 넘었는데 대통령 얼굴도 못 봤다는 지역 주민들 이야기도 있고 해서 사저와 가까운 시장에 가신 것으로 안다. 정치적 행보를 보이려 했다면 지지자를 불러모은 후 서문시장을 가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시장 방문은 지난 4월11일 대구 팔공산 동화사, 8월15일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이후 세 번째 공식 외부일정이다. 박 전 대통령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초청 제의에도 긍정적으로 응했던 만큼, 앞으로 전·현직 대통령 회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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