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어지럼증의 다양한 유형…고령층 여성, 마비증상 없는데 갑자기 어지럽다면 뇌졸중 전조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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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0  |  수정 2023-10-10 07:47  |  발행일 2023-10-10 제13면
현훈·현기증·심인성 어지럼증·실조 등 네 가지로 구분

뇌졸중 연관 증상 그냥 두면 6개월 내 20~30%서 뇌경색

운동하고 스트레스 관리해야…혈전 방지 약물 복용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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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은 평형감각의 이상으로 인해 느끼는 증상으로 정의된다. 마치 회전목마를 타지 않은데도 탄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다. 어지럼은 신경과 외래에서 두통 다음으로 흔하다. 전체 인구 50% 이상에서 평생 어지럼을 한 번 이상 경험한다. 75세 이상 노년층 50% 이상에서 최근 1년 동안 어지럼을 경험할 만큼 흔한 증상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고,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어지럼을 호소하는 환자는 빙빙 도는 느낌, 기절할 것 같은 느낌, 핑 도는 느낌, 한쪽으로 쓰러질 것 같은 느낌, 머리가 어질어질한 느낌, 현기증 등 다양한 말로 어지럼을 표현한다.

◆다양한 어지럼증 증상

어지럼도 품격이 있다고 할 만큼 말 안에는 여러 의미가 혼재돼 있다. 유형은 크게 4가지다. 첫 번째 어지럼인 현훈은 회전성 어지럼을 말한다. 환자들은 주위 혹은 본인이 빙빙 도는 느낌, 좌우 상하로 움직이는 느낌을 호소한다. 두 번째 어지럼인 실신 전 어지럼(현기증)은 앞이 컴컴하고 아득해지며 기절할 것 같은 혹은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느낌으로 표현된다. 세 번째 어지럼인 심인성 어지럼은 어찔어찔하고 머리가 맑지 않으면서, 서 있거나 걸어 다닐 때 무엇인가 불안정한 느낌과 함께 몸이 붕 뜨는 느낌, 땅으로 발이 쑥쑥 꺼지는 느낌으로 표현된다. 마지막으로 실조 증상은 걷는 동안에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고 중심이 잡히지 않는 느낌, 말이 어둔하고 손동작 같은 미세한 동작이 어둔함을 특징으로 한다. 이 중 현훈은 가장 견디기 어려운 어지럼이다. 안쪽 귀에서 뇌신경까지 연결된 전정신경계의 이상을 시사하는 특이적인 소견으로, 환자가 말하는 어지럼에서 현훈을 구별하는 것은 진단에 매우 중요하다.

◆소통과 감정 조절 중요

어지럼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MR·CT와 같은 뇌영상 검사, 전정신경계 기능을 파악하는 평형기능 검사보다는 고통 받고 있는 환자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들어 주고(경청) 공감해 주는 의사의 자세(능력)에 있다. 환자는 어지럼으로 굉장히 힘들어하는데 비해, 바깥으로 드러나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가족들조차 자신의 힘든 점을 알아주지 못하는 데 대한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어지럼·두통은 환자의 감정을 터치해 주는 것이 치료에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심인성 어지럼 환자는 어지럼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무너지는 고통이 있는데 꾀병으로 오해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어지럼은 단기간에 완치되기보다는 의사와 환자 간의 소통을 통해 조절하고 관리하는 만성 질환이다.

◆흔한 어지럼증

가장 흔한 어지럼증은 양성돌발체위현훈이다. 흔히 이석증(耳石症)으로 불린다. 원래 안쪽 귀에 붙어 있는 칼슘으로 된 작은 돌 조각(이석)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들어가서 머리 움직임에 따라 어지럼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가만히 머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증상이 없지만 자세가 바뀔 때 즉 누울 때, 누웠다 일어 날 때, 돌아누울 때, 고개를 앞으로 숙이거나 고개를 뒤로 젖히는 동작에서만 갑자기 빙빙 도는 어지럼(현훈)이 발생한다. 머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1분 미만에 사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반고리관으로 들어간 돌을 원래 위치로 돌려주는 이석정복술을 시행하면 수 분 이내 바로 좋아진다. 최근에는 칼슘 대사에 관여하는 골다공증 치료제인 비타민 D를 복용함으로써 현저히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정신·심리적 문제로 오는 심인성 어지럼은 대학병원 어지럼 클리닉에 오는 어지럼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평형 기능 장애로 인한 어지럼을 한번 겪고 난 뒤, 어지럼증이 일종의 정신적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어지럼증과 연관된 뇌신경 회로가 예민하고 과도하게 항진돼 만성적, 지속적인 심인성 어지럼이 발생한다. 때로는 선행 어지럼의 병력 없이 불안, 우울, 공황 장애, 급성 정신적 충격과 같은 정신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취업 절벽, 스트레스 사회 환경에 노출된 젊은 연령층에서 잘 나타난다. SSRI(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 계열의 항우울증 약제를 사용하면 예민한 뇌신경 회로가 정상화돼 대부분 좋아진다. 무엇보다도 뇌졸중 같은 위험한 병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심인성 어지럼 그 자체를 잘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 반수 가량은 좋아진다. 뇌졸중과 연관된 어지럼은 반드시 병원에 빨리 와야 하는 경우다. 미니 뇌졸중(중풍)은 고혈압, 당뇨, 흡연, 고지혈증, 심장병 등과 같은 뇌졸중 위험 인자를 가진 노년층에서 다른 국소 뇌졸중 증상(한쪽 팔다리 감각 이상·마비·구음 장애·복시 등) 없이 어지럼이 갑자기 수 분 혹은 수십 분 지속되는 경우로 몸이 알려 주는 건강의 빨간불이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일주일 이내 10%, 혹은 6개월 이내 20~30%에서 치명적인 뇌경색이 발생한다. 이 경우 만사를 제쳐 두고 응급실로 와야 한다.

◆어지럼증 예방, 관리

의사
이형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

어지럼은 증상이고 귀·머리·마음·전신적 질환 등 생각해야 할 원인 질환이 매우 많아 신경과, 이비인후과에 관계없이 어지럼 전문가의 진료가 중요하다. 모든 병이 다 그렇지만, 어지럼도 특히 예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낙천적 생각, 감사하는 마음, 규칙적인 운동, 일정한 생활 리듬, 스트레스에 대한 나만의 대처·관리법이 요구된다. 특히 심인성 어지럼은 나와 늘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관리하는 병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어지럼은 '내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내 몸과 마음이 튼튼할 때 어지럼은 사라지지만, 그러하지 않을 때는 어지럼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어지럼은 뇌졸중 전조 증상으로 올 수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마음이 큰 병을 불러올 수 있다. 침묵의 살인자인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고지혈증, 흡연 등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함께 뇌졸중 재발 방지를 위한 혈전 방지 약물 복용도 중요하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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