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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봤다. 하루 평균 5시간. 적게 사용하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기로 했다. 지난 27일 오후 4시, 스마트폰을 서랍에 고이 넣고 나갔다. 아날로그 시계와 수첩, 지갑 정도만 챙겼다.
외출 후 도착지는 카페. 수첩에 미리 그려둔 지도를 참고해 도착할 수 있었다. 지도 앱을 보면서 왔다면 더 빨리 도착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들어서니 예쁘게 꾸며진 인테리어를 볼 수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SNS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스마트폰을 꺼내려고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집히는 건 없었다. 옆에서 들리는 셔터 소리가 괜스레 밉게 느껴졌다.
음료가 나오고 지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정신을 차려 보니 대화 주제도 SNS 콘텐츠였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뜨더라' '유튜브에서 봤는데 재밌어 보이더라' 등이었다. 스마트폰과 관련된 것들이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중간에 정적이 흐를 때면 하나둘씩 스마트폰 화면을 켰다. 멋쩍게 먼 산만 바라봤다.
오후 7시, 집에 귀가했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평소라면 스마트폰으로 배달 앱을 켰겠지만, 이날은 앱을 쓸 수 없으니 직접 요리해 먹기로 했다. 집에 있는 재료들로 간단히 해 먹었다. 평소 요리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사용에서 오는 불필요한 소비를 아낀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배달을 시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건강한 식사를 했다.
자기 전까지 뭘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디지털 기기를 볼 수 없으니 초조하고 심심했다. 결국 책을 펼쳤다. 집중이 잘 되진 않았지만 활자를 읽어내려갔다. 책 내용에 몰입되는 순간부터는 초조한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한 권을 정독하고 잘 준비를 하니 밤 12시다. 원래라면 새벽 2시까지 유튜브를 보다 잠들었겠지만 이날은 일찍 눈이 감겼다.
다음날인 28일, 기상 후 청소와 운동을 하다 낮 4시에 스마트폰을 서랍에서 꺼냈다. 24시간 만에 전원을 켰다. 하루를 돌이켜 보니 어제의 초조함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무 일도 없었다. 스마트폰이 없다고 외출하지 못한 것도, 밥을 먹지 못한 것도, 잠에 들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일상은 잘만 굴러간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다. 비효율적이지만 생산적인 하루였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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