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시티·따뜻한 공동체'] 혁신 생태계와 스마트시티

  • 김희대 대구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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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7 08:51  |  수정 2023-12-12 09:59  |  발행일 2023-11-17 제25면
기업 네트워킹 정보·지식 도시 공유자산으로 축적 '혁신 환경'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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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디지털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는 수성알파시티(왼쪽)와 스마트시티 혁신생태계로 거듭나고 있는 세계 톱5 도시. 〈대구시 제공〉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zer)는 그의 책 '도시의 승리'에서 도시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묘사했다. 사람을 풍요롭고 똑똑하게 하며, 자연 친화적이고 건강하며, 더 행복한 도시를 이상적인 도시로 설파했다. 나아가 도시를 '개인이 가진 지식과 능력이 자유롭게 교환되는 장소이자 상호학습과 문명발전을 이루는' 공간으로 묘사했다. 글레이저 교수가 말한 이상적인 도시를 실현하는 탁월한 도구가 바로 스마트시티다.

지난 10여 년 동안 스마트시티에 관한 이야기는 비약적으로 풍성해졌다. 도시엔지니어, 정보통신기술자, 교통전문가, 토목기술자, 건축디자이너 같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행정가, 일반 시민 등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주고받으며 스마트시티 담론을 풍성하게 만들어 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다채로워진 생각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정의(定義)를 만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급변하는 환경변화의 빗줄기 속에서 도시가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이 스마트시티 우산 아래로 몰려든다. 이제 '다양성과 확장성'은 스마트시티를 설명하는 하나의 특징이다.  

 

세계 스마트시티 진화
도시 서비스 이용 기업 지원
기술 개발 지속 업그레이드
혁신·창의 문화 선순환 유입

 

스마트시티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는 많은 오해를 낳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스마트시티를 떠올리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택시나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상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CCTV로 가득 찬 통합관제센터를 그리기도 한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오해의 상당 부분은 '시티'보다는 '스마트'에 방점을 두면서 발생한다. 이들은 도시를 최첨단 정보통신기술로 무장한 쇼케이스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도시를 기술의 시험대로 디자인하려 한다. 이들은 발전 경로를 와해시켜 버리거나, 최신 버전으로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기술의 속성을 간과하고 있다. 현재 단계에서 최고의 기술로 무장된 도시라도 금세 낡은 도시로 전락해 버린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어떤 스마트도시를 상상하든 간에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까지 스마트시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스마트시티는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선택한 수준의 결과다. 이러한 선택은 개별 도시가 채택하는 정치경제의 형태, 즉 통치구조(governance)와 시장(市場)의 유연성에 달려 있다.

수성알파시티 '새로운 기회'
스마트 인프라 거점 환경 조성
다양한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
또다른 30년 준비 모멘텀 확보


스마트시티는 도시에 대한 관점의 확장과 함께 성장해 왔다. 스마트시티 기술은 혁신적인 기술에만 집중하던 초기 단계에서 행정의 자원배분 관점, 시민참여 관점, 다양한 공간 디자인 관점으로 그 수용범위가 확장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시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관리를 위해 혁신기술을 적용하는 행정의 스마트시티 단계에서 출발해 행정과 통치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시민참여를 강조하는 스마트시티 단계를 거쳐 도시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스마트시티 단계로 진화해 왔다.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도시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거버넌스 체계(행정)를 만들고, 도시 구성원의 권리확보와 참여 활동(권력)을 지원한다. 나아가 스마트시티는 사람 간 밀도를 높여 우연한 만남이나 지속가능성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동시에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도시문제를 공동체 구성원 스스로가 해결하도록 돕는 자성(自性, self-organization)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스마트시티는 오늘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효율적인 행정자원의 배분, 시민 권력의 향상, 다양한 공간디자인 구축에 주요한 역할을 해오던 스마트시티는 또 다른 도약 지점에 도달했다. 유럽과 북미 국가의 최근 스마트시티 정책은 경제위기상황 속에서도 스마트시티를 이용한 '혁신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혁신생태계 정책의 목적은 도시서비스를 이용하여 기업의 사업화를 돕거나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창발하는 혁신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2020년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StartUs' 유한회사는 새롭게 등장한 899개 스마트시티 스타트업을 분석해 혁신생태계 도시의 순위를 발표했다. 상위에 있는 도시는 실리콘밸리, 런던, 뉴욕, 텔아비브, 로스엔젤레스 등이다. 이들 도시는 어떻게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되는가? 이들 도시에는 아이디어에서 사업화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가 친화적인 투자환경과 유연한 노동시장과 함께 다른 도시에는 없는 큰 특징이 있다. 동종 혹은 이종의 기업들이 서로 네트워킹하며 지식을 도시안에 유입시키고, 사업화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시행착오 경험을 도시의 공유자산으로 축적하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도시가 다른 도시와 다른 차이를 만든다. 이러한 환경은 혁신 문화를 형성하며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이 유입하는 선순환을 만든다.

스마트시티 혁신생태계를 지향하는 세계적 경향은 한국의 스마티시티 정책에도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혁신클러스터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그 성과는 늘 답보상태다. 중앙 부처별로 분절된 사업 추진으로, 같은 도시 안에서조차도 파편화된 공간에서 사업이 진행되기 일쑤다.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 자원이 여러 곳에 분산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최근 스마트시티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서 '스마트시티 4차종합계획(2024~2028)'의 기본방향을 '스마트시티 혁신생태계구축'으로 채택하고, 스마트시티 혁신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며 준비 중이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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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대 (대구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혁신생태계 구축이라는 스마트시티의 기능확대와 정책환경의 변화는 대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데이터허브구축, 혁신성장동력 시범프로젝트, 스마트시티 챌린지사업, 도시문제발굴단 운영, 리빙랩기반 스마트시티 혁신기술개발, ISO/ITUT 스마트시티 표준화 가입 등 그동안 대구시는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스마트시티 추진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대구는 수성알파시티를 가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수성알파시티는 포도밭에서 기업클러스터로 탈바꿈하며 상전벽해의 장(Scene)을 만들었다. 2021년 기준으로 수성알파시티에는 240여 개의 크고 작은 스마트시티 관련 기업이 모여 있다. 4천명의 전문인력이 연간 8천500억원의 매출을 창출한다. 수성알파시티의 멋진 인프라와 스마트시티 사업을 통해 도시가 축적한 경험자산은 '세계적인 스마트시티 혁신생태계 도시, 대구'라는 도시 브랜드의 든든한 토대가 된다. 민선 8기에 들어와 직장·주거·놀이·교육(職住樂敎)을 집중 유치해 디지털 혁신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는 수성알파시티 공간 위에, 다양한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와 스마트시티 기술을 실증하는 어반테크 지구를 조성함으로써 대구는 새로운 미래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사람과 기술, 그리고 공간을 연결하는 창의적인 기획으로 도시의 또 다른 30년을 준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대구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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