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死傷 경주 안계저수지 교량 공사 붕괴 현장 가보니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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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30  |  수정 2023-11-30 07:25  |  발행일 2023-11-30 제6면
엿가락처럼 휜 철골 점검…부실·중대재해 여부 조사
현장에 있던 시공업체 직원
"기둥 없지만 안전상 문제없다"

8명 死傷 경주 안계저수지 교량 공사 붕괴 현장 가보니
지난 27일 오전 교량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북 경주시 강동면 안계저수지는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난 29일까지도 공사 교량이 내려 앉은 채 그대로 있다.

지난 27일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북 경주시 강동면 안계저수지 시설관리 교량 붕괴사고(영남일보 11월27일자 6면 보도)의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9일 오전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은 사고 현장 사무실에서 시공사인 극동건설과 하도급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중대 재해 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 또 붕괴된 교량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며 부실시공 여부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사고가 발생한 교량은 중간에 기둥이 없는 'I'자 모양의 '거더교'로 시공됐다. 현장에는 거더교를 구성하는 H빔과 철골들이 사고 이틀이 지났지만, 엿가락처럼 휘어져 내려앉은 채 그대로 놓여 있었다. 토목공사의 한 시공방식인 거더(Girder)는 주로 단거리 교량을 만드는 데 적용된다. 포항 공업용수지인 안계저수지 내 위치한 취수탑 곳곳에선 기둥 없는 거더교가 설치돼 있었다.

현장에 있던 극동건설 직원은 "사고가 난 교량은 저수지 사이를 이어주는 용도로 제작됐다"라면서 "중간에 지지하는 기둥은 없지만, 안전상에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수자원공사는 시공사로 극동건설을 선정하고 안계저수지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2018년부터 안계저수지 방류장 인근에 관련 시설을 건설해 왔다.

하지만 극동건설은 시설물 건설 과정에서 복수의 하도급 업체를 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계댐 안전성 강화사업 계획서(2018~2024년·사업비 약 400억원)'에 따르면 구조물 공사는 A사에, 거더 제작 및 설치 사업은 B사에 각각 위탁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공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유사한 사업을 복수 위탁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극동건설 관계자는 "복수 위탁이 아니라 거더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사업을 맡긴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조만간 교량 붕괴 사고에 대한 현장 합동 감식을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전문가들과 함께 △교량 붕괴의 원인과 적격 자재 사용 여부 △안전관리 요원 배치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명 피해가 난 만큼 시공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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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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