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지브리 OST 거장과 뇌 과학자가 나눈 예술·감각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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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1  |  수정 2023-12-01 08:25  |  발행일 2023-12-01 제17면
음악·인간 잇는 섬세한 연결 고리

과학·철학·곤충 생태까지 이야기

대담에서 느낀 서로에 대한 존중

[신간]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지브리 OST 거장과 뇌 과학자가 나눈 예술·감각
'이웃집 토토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한국인에게도 사랑받은 애니메이션의 음악감독을 맡은 히사이시 조. 이 책에선 음악가 히사이시 조와 뇌과학자 요로 다케시의 음악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있는 대화를 만나볼 수 있다. 〈사진출처:히사이시 조 페이스북〉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중심에는 음악가 히사이시 조가 있다. 그는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벼랑 위의 포뇨' 등 지브리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그중에서도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OST로 사용된 '인생의 회전목마'는 한국 대중에게도 친숙한 곡이다. 히사이시 조는 영화음악을 포함한 작곡 활동을 하며, 지휘자로서 기량도 펼쳐왔다.

이렇듯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음악가인 히사이시 조가 뇌과학자이자 해부학자인 요로 다케시를 만났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의 만남이라는 독특하면서도 생소한 조합이다. 예술가를 평론가 또는 같은 예술가가 이야기를 나눈 대담집은 종종 출판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대화는 각자의 전문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들진 않는다. 대신 각자의 분야에 관한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서로 소통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음악의 어떤 현상을 뇌과학의 측면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뇌과학에서 연구하는 어떤 현상을 음악의 영역으로 끌어오며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간다.

[신간]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지브리 OST 거장과 뇌 과학자가 나눈 예술·감각
히사이시 조·요로 다케시 지음/이정미 옮김/현익출판/272쪽/2만원

이 책에서 히사이시 조와 요로 다케시가 나누는 대화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대담집에서 히사이시 조와 요로 다케시는 음악과 인간을 잇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결고리를 들여다본다. '인간은 왜 음악을 만들고 예술과 감각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큰 틀의 주제 안에서 대화가 이뤄진다.

이들은 인간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음악을 듣고, 좋은 음악의 조건에는 무엇이 있는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감각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의 이야기는 음악을 포함한 예술만 다루지 않는다. 과학·철학·사회학·인문학은 물론 곤충 생태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대화가 이어진다.

책에선 음악이라는 큰 주제에서 더 나아가 감각에 대한 논의를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후각·미각·촉각 등 오감을 모두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몸의 여러 감각을 통해 우리의 세계를 내·외부로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책에서 요로 다케시는 "오늘날 사람들의 나쁜 버릇은 무엇이든 언어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의식의 틀에 갇혀 발생하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잊고 있던 우리 몸의 감각을 다시 되살리자는 것이다.

히사이시 조도 "인간은 원래 민감한 반응이 가능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그 감각을 얼마나 간직한 채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라며 "지금 감각은 명백히 쇠퇴의 길에 들어섰고, 거기서 비롯되는 문제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역시 야생의 사고로 돌아가서 원래 인간이 가지고 있던 것을 일깨우는 생활방식을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들의 대화에서 눈에 띄는 점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다. 히사이시 조는 뇌과학과 곤충 연구를 중심으로 한 해부학, 사회·문화적 비평에 있어서 요로 다케시의 전문 지식과 견해를 존중한다. 요로 다케시 또한 히사이시 조가 음악 이론, 작곡법 등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적극적으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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