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떡볶이 먹방'에까지 대기업 총수를…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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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4  |  수정 2023-12-14 07:03  |  발행일 2023-12-14 제22면
민심 이반 촉발했을 장면들

전문성 없는 특수통 검사

김홍일 방통위원장에 지명

李 법인카드 "14번째 압색"

김건희 여사엔 '관망 모드'

[박규완 칼럼] 떡볶이 먹방에까지 대기업 총수를…
박규완 논설위원

정치가 생물이듯 민심도 변화무쌍하게 흐른다. 때론 도도하게 침잠하고 때론 격정적으로 출렁인다.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이 심상치 않은 모양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정부 견제론이 51%로 정부 지원론 35%를 압도했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한 결과도 충격적이다. 서울 49개 의석 중 '우세' 지역이 6곳뿐이라고 한다. 왜일까. 민심 이반을 촉발했을 법한 장면들이 있기는 하다.

# 병풍용 기업인

윤석열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떡볶이 먹방. 지난 6일 부산 깡통시장에서 연출된 생경한 장면이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엑스포 참패 책임을 'n분의 1'로 나누겠다는 속내는 아닐지라도 분초를 다투는 재벌 총수를 대통령 들러리로 세운 저의가 의뭉스럽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마다 대기업 회장을 대동하는 관례도 이제 깨야 할 때가 됐다. 대외 경제협력의 지평을 넓힌다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억지 춘향' 노릇을 한 총수가 적지 않았을 터다. 게다가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부산 민심 다독이는 데까지 기업인을 동원했으니….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 '자유'와 '시장경제'가 무색해진다.

# 무데뽀 인사

김홍일 권익위원장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한 게 대표적이다. 윤 정부의 방송 장악 복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김 위원장은 방송통신 분야에 전문성이 없고 특수부 검사 출신인 데다 윤 대통령 측근이다. 다 감점요인들이다. '정치검사' 굴레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이명박 후보 BBK 주가조작 의혹과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 수사를 담당해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이력이 있어서다.

윤석열 정부 2기 개각 역시 감동이 없다. 업무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했고 '내부 돌려막기' 성격이 강하다. 국정 쇄신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진영과 학연, 세대를 뛰어넘는 인재 등용이 아쉽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폭력 전과도 논란을 보탰다. 법무부의 검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 편파·저인망 수사

검찰이 지난 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위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검사와 수사관 40여 명을 동원해 비서실, 총무과는 물론 법인카드를 사용한 과일가게, 세탁소까지 탈탈 털었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지난해 2월 불거져 4월 경기남부경찰청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에 나섰고 검찰이 지난해 9월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의 집요함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볼멘소리에 묻어난다. "취임 후 검찰이 무려 14번, 날짜로 따져 54일, 약 7만건의 자료를 압수해갔다. 과잉·괴롭히기·저인망식 무도한 정치수사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거들었다. "이재명 수사는 2년간 전 검찰력을 동원해 마무리됐고, 법원의 판단 절차만 남았는데 아직도 할 게 있느냐".

한데 검찰의 그 흔한 압수수색이 김건희 여사 쪽에선 '관망 모드'로 돌변한다. 명품가방 수수, 허위 학력·경력 기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꽤 많은 의혹에 휩싸여 있는데도 말이다. 세탁소·과일가게 수색할 여력으로 권력의 심부(深部)를 들여다볼 의지는 없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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