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성숙한 지방자치를 기대하며

  •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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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8 06:53  |  수정 2023-12-28 06:58  |  발행일 2023-12-2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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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철기자〈경북부〉

최근 성주군의회가 성주군의 2024년 예산안 6천31억원 중 187억여 원을 삭감, 의결하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1991년 7월, 지방의회 출범과 함께 시작된 지방자치는 집행부와 의회가 균형과 조화를 잘 이룰 때 비로소 발전할 수 있다.

지방의원은 주민의 대표자로서 또한 지방의회의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지닌다. 의정 활동을 통해 지역 발전이 이뤄지고, 이는 주민들의 더욱 편안하고 행복한 삶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에서 지방의회의 존재 의미와 의원의 의정 활동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삭감된 예산안 중에는 집행부가 어렵게 국비와 도비를 확보해 야심 차게 시작하는 신규사업에서부터 계속 사업으로 준공을 앞둔 사업까지 무차별 삭감됐다. 1차 삭감 조서에는 6천억원의 예산안 중에 무려 800억원이 삭감됐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집행부로서는 일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하지 말라는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고 의회의 발목잡기식 예산 삭감이란 의구심마저 품게 된다.

일부 삭감된 예산안 중에는 충분히 설득력을 얻는 사업 또한 많다. 지방의원들의 의정 활동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예산 삭감과 관련해 다소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비단 이번 예산 삭감만이 아니라 일련의 여러 일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된 것이라는 후문이다. 무엇보다도 더 안타까운 것은 이후에 일어난 상황이다. 예산 삭감이 확정된 후 지역에는 예산 삭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현수막이 대규모로 게첨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성주군공무원노동조합은 예산삭감을 규탄하는 1인 시위에 이어 항의성 근조화환을 의회 입구에 놓고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성주군 사회단체협의회와 성주군이장협의회도 유감을 표시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군비 삭감으로 현안 사업 추진에 적잖은 차질이 우려되고 있는 지역농협도 군의회를 항의 방문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사드 배치 이후에 조용하던 성주군에 긴장감이 맴도는 것을 넘어서 지역사회가 서로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는 듯한 양상을 보여 우려스럽다. 하지만 내 지역의 현안 사업 예산이 삭감되었다고 해서 그 이유를 제대로 알아보기도 전에 실력행사로 세를 과시하는 것은 언뜻 동의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지방자치의 길은 더욱 험난해질 것이다. 밝아오는 2024년 새해는 한층 더 성숙한 지방자치를 기대해 본다.
석현철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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