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구 전쟁(?)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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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0 07:48  |  수정 2024-01-10 07:49  |  발행일 2024-01-10 제12면

장석원(예천)
장석원기자〈경북부〉

지난해 11월 인기리에 종영한 TV드라마 '연인'은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삼았다.

당시 인조는 청으로 국호를 바꾼 후금의 군대에 항복의 예로 삼배구두고례(세 번 절을 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림)라는 굴욕을 겪으며 목숨을 건졌다.

정묘·병자호란이라는 두 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포로로 잡혀간 조선인은 무려 50여만 명에 이른다. 병자호란 후 3년이 지난 인조 17년, 인구가 152만명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50만명은 당시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병자호란 때 쓴 난중일기 '병자록'에는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의 인구 60만명 중 상당수가 조선인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정묘·병자호란은 영토 전쟁이지만 달리 보면 인구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처럼 조선 역사 최대의 굴욕적인 전쟁은 청을 비롯한 중국의 패권 교체라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과 맞물려서 일어났다. 이에 따른 희생양은 힘없는 약자인 서민들이다.

지난 11월 경북도청 신도시에서도 인구전쟁(?)이 빚어졌다. 경북도가 경북인재개발원을 경북도립대로 이전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경북인재개발원의 연간 교육생으로 인한 유동인구는 6천여 명에 달한다.

신도시 주민들은 "인재개발원이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등 경기 활성화를 기대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전 변경을 검토한다는 것은 신도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유동인구와 인구 유치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심화하자 경북도는 경북인재개발원의 경북도립대 이전 검토를 백지화하고 현재 건립 중인 호명면 도청 신도시 제2행정타운에 입주키로 했다.

예천지역 부동산 중개인 등에 따르면 경북도청 신도시와 예천읍 원도심 주택의 월 임대료는 40만원 안팎이다. 인구 유입이 늘면 당연히 임대도 늘어나는 만큼 임대와 관련, 두 지역 주민 간 극심한 갈등과 반목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예천군 인구는 5만5천여 명이며 이 중 예천읍 원도심 1만4천여 명, 호명면 신도시는 2만800여 명이다. 같은 지역이지만 단 한 명의 인구라도 유출을 허락할 수 없는 실정이다 보니 인구 유입을 위한 다툼이 거세지고 있다. 그만큼 지방은 절박하다.
장석원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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