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일본정부 상대 위안부 피해자 손배소송 승소한 이용수 할머니

  • 이지용,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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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1  |  수정 2024-01-24 16:23  |  발행일 2024-01-11 제19면
"尹정부 위안부 해결 약속 안지켜…CAT(유엔 고문방지위원회) 회부라도 해야"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9일 영남일보 편집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두 손을 하늘 위로 가리킨 것은 만세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가신 할머니들 생각이 나서였습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월9일 상고를 포기하면서 서울고등법원의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1인당 2억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2016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1명과 숨진 피해자 유족 5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7년 만에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2021년 4월 국가면제 원칙을 이유로 소송을 각하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면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역사적인 순간 소송을 제기했던 위안부 피해자 11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을 떠올렸다. 항소심 승소 판결 후 재판장을 나올 당시 두 손을 번쩍 든 이유도 만세를 부른 것이 아닌 먼저 간 할머니들이 생각나서였다고 했다.

지난달 日정부 상고 포기 2억씩 배상 확정
판결 후 먼저 간 할머니 생각나 두손 번쩍
위안부 문제 우리세대 끝내고 잘 지내야

2015년 한일합의는 고노담화 훼손한 밀약
정부, 위안부 할머니 죽기 기다리는 것 같아
역사관 '희움' 국가·지자체서 지원 절실

올해로 95세인 이용수 할머니는 33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왔다. 1992년 첫 증언을 시작으로, 2007년엔 미국 하원 외교위에서 증언하는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국내 법원의 승소 판결은 이 할머니가 싸워온 33년의 세월에 대한 결실이었다.

지난 9일 대구 동구 신천동 영남일보 본사에서 이 할머니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는 1993년부터 이 할머니와 인연을 맺어온 최봉태 변호사가 함께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이 문제를 끝내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이 할머니를 포함해 9명이다. 이 할머니는 기나긴 싸움을 후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조속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강조했다.

▶2016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7년 만에 승소했는데.

"승소한 후 재판장을 나오면서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이 생각나 두 손을 들고 하늘을 쳐다봤다. 그동안 많은 할머니가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분들께 노여움을 푸시고 모든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달라 말했다. 그리고 20일 뒤 일본이 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을 때는 30년 묵은 한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돌아가신 할머니들께 '이제는 한일 양국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배우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같이 노력할 수 있도록 응원합시다'라고 말했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아홉 분 살아계시는데 이분들이 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나는 직접적인 피해자지만 여러분은 간접적인 피해자라 생각한다. 이 문제를 우리 세대에서 끝내고 우리 후손들, 특히 학생들이 일본의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년 1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해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에도 일본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이번 "1인당 2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대응하지 않는다면.

"일본 정부는 우리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금처럼 대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가 강제 집행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금전적인 부분은 받을 수 있겠지만 사과는 받기 힘들다. 또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이 생길 우려도 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협정 당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하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며 우리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국회는 개인 청구권이 유효하다는 입장이어서 일본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럴 때 우리 정부가 일본에 개인 청구권이 유효한지 여부를 명확하게 가리자고 요구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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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에 열린 정기 수요시위에서 윤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윤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난 뒤로 나는 제 몫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차례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당선이 안 돼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 국회에 다녀왔다. 조 후보자는 2015년 한일 합의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할머니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지금 정부를 보면 꼭 할머니들이 다 죽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조 후보자는 2015년 한일 합의 당시 외교부 2차관이었다. 당시 한일합의는 할머니들의 의사가 하나도 반영되지 않고 양국 정부가 밀어붙였다. 이는 1993년 일본이 사죄하고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하겠다고 약속한 고노 담화 정신을 훼손하는 밀약이다. 당시 조 후보자는 할머니들을 찾아와 설득했지만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조 후보자가 사과 하나 없이 외교부 장관이 되려고 하니까 할머니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향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예전부터 일본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위안부 문제를 제소하자고 요구했다. 그런데, ICJ에 제소하기 위해선 양국이 합의해야 하는데 일본이 계속 내빼고 있다. 그래서 유엔 고문 방지위원회(CAT)에 단독으로라도 제기하자는 것이 제 바람이다. 또 아시아 다른 나라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많다. 북한, 중국, 필리핀, 대만 등에 계시는 피해자분들도 다 구제를 해준다면 좋지 않겠나. 향후 아시아 인권재판소를 만들어 힘이 약한 나라의 피해자들도 보편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대구에는 비수도권에선 유일하게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희움'이 있다. 하지만 지자체 지원이 적고, 관심도 전보다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아 대구로 이사 왔다. 지금의 중구 태평로 인근에서 자랐다. 이후 달서구 상인동 비둘기아파트에서 30년을 살다 얼마 전 수성구로 이사했다. 제가 평생을 살아온 대구에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인 '희움'이 있다는 것은 저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의미 있는 곳임에도 최근 비가 오면 밤새도록 물이 새는 등 지자체 지원을 못 받고 있어 안타깝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희움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주길 바란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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