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Rh(-) 헌혈자 '김광영'씨

  • 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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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8  |  수정 2024-02-06 15:47  |  발행일 2024-02-08 제21면
중학교 1학년 때 Rh(-) A형임을 알아

Rh(-) A형이 필요할 때면 곧장 혈액원 찾아

2021년엔 딸과 함께 동반 Rh(-) A형 헌혈 하기도

"헌혈은 사랑…애정을 끌어내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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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대구경북혈액원 현혈의집 신매광장센터에서 김광영(55)씨가 146번째 헌혈을 하고 있다. 이날 김씨는 'Rh(-) 혈액이 긴급하게 필요하다'는 연략을 받자마자 즉시 헌혈의집으로 달려왔다. 대구경북혈액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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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2월 23일 대구경북혈액원 현혈의집 신매광장센터에서 김광영씨와 그의 딸이 동반 Rh(-) 헌혈을 하고 있다. 대구경북혈액원 제공.

"헌혈은 사랑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네요."

김광영(58)씨는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진행한 혈액형 검사를 통해 자신의 혈액형이 'Rh(-) A형'임을 알게 됐다. 이후 Rh(-) 헌혈이 필요할 때면 곧장 헌혈의 집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렇게 헌혈한 횟수만 벌써 143회다. 6일에도 김씨는 Rh(-) 혈액이 긴급하게 필요하단 연락을 받고 곧장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 헌혈의집 신매광장센터를 찾았다.

김씨는 "고등학교 시절 급하게 Rh(-) A형 혈액이 필요할 때면 교감 선생님, 양호 선생님이 나를 애타게 찾았다. 성인이 돼서는 데이트 중 버스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긴급헌혈 요청 방송에 지금의 아내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바로 헌혈하러 달려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렇게 헌혈에 열심인 것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됐다. 20년 전 친형이 교통사고로 다쳐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닥쳤을 때, 부산에서 혈액을 구해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김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긴급 헌혈을 기다리는 환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느꼈다. 지금껏 나의 헌혈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선행은 헌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적십자 단장으로서 헌혈캠페인·보육원 위문 봉사활동을 했고, 최근에는 무료 급식 봉사활동·장기기증 서약 등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1년에는 대학생이던 딸과 함께 'Rh(-) A형 동반 헌혈'을 하는 뜻깊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

4년 전 1차 목표인 '100회 헌혈'을 달성한 김씨는 이제 '200회 헌혈'을 목표로 정했다. 김씨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100회 헌혈'이었는데 2020년 9월에 그 소망을 이뤘다. 내 인생 중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며 "이제 목표를 '200회 헌혈'로 수정했다. 70세가 되면 헌혈을 할 수 없는데, 그때까지 헌혈할 수 있도록 매주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헌혈 참여와 헌혈을 독려하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도 강조했다. 김씨는 "시민들의 헌혈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헌혈 공가 확대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진부한 표현이지만 헌혈은 사랑이다. 혈소판 헌혈의 경우, 모든 과정을 마치려면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애정이 없으면 헌혈하기 어렵다. 그러한 애정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북혈액원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대구경북혈액원 혈액 보유 일수는 O형 3.7일, A형 4.2일, AB형 5.0일, B형 6.6일이며, 전체 혈액 보유 일수는 4.8일분으로 적정보유량인 5일 미만이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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