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삼겹살 굽고 서빙까지…푸드테크, 경북 혁신성장 이끈다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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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1 07:31  |  수정 2024-02-21 11:24  |  발행일 2024-02-21 제11면
경북 미래 100년 산업 푸드테크
푸드테크1
포스텍 체인지업그라운드 푸드테크 가든에 구축된 AI 그릴 로봇이 삼겹살과 닭갈비를 조리하고 있다.
푸드테크2
포스텍 연구원이 블렌딩 로봇을 활용해 커피콩 샘플을 섞고 있다.
외식산업에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제조기술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가 경북 포항에서 꽃피우고 있다. 푸드테크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기업과 인재, 자금이 몰리면서 수도권 못지않은 환경을 갖췄다. 경북도는 푸드테크 산업을 반도체·바이오와 함께 '경북의 미래 100년 산업'으로 선정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에 매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푸드테크 포항에서 '활짝'

지난 8일 경북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는 푸드테크와 관련한 실증 연구가 한창이었다. 포스텍 체인지업그라운드 건물 1층 로비에 자리 잡은 푸드테크 가든에선 AI 그릴 로봇이 삼겹살을 직화로 굽고 있었다. 매장 내 그릴 로봇들은 삼겹살이 든 불판을 일정한 간격으로 약한 불에 뒤집고 직접 들어 올려 고기의 조리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AI가 조리중입니다'라고 쓰인 조리대에 위치한 그릴 로봇들은 유명 셰프의 조리비법을 학습한 전문 요리사다. 약 5분의 시간이 지나자 삼겹살은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듯 노릇노릇하게 익어 나왔다. 완성된 음식은 서빙 로봇이 직접 손님에게 배달했다.

신호진 체인지업가든 대표는 "고품질의 직화구이를 편차 없이 일정하게 구워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그릴 로봇의 장점"이라며 "그릴 로봇 3대와 서빙 로봇 2대의 총 대여 비용이 한 사람 인건비 수준이라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벤처 창업 기업들이 대규모로 입점한 체인지업그라운드 일대에선 주문받은 음식을 운반하는 AI 서빙 로봇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서빙 로봇은 직접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탑승하는 등 더욱 진화한 모습을 선보였다.

글로벌 시장규모 3600억 달러
국내 61조 연평균 성장률 30%
반도체 이어 경북 신산업 선정

포항 흥해 혁신클러스터 계획
인력·기술개발 등 생태계 조성
혁신기업육성·기술상용화 속도


경북 포항에선 푸드테크 산업이 빠르게 자리 잡는 모양새다. 외식 푸드테크 기술 개발과 식품 스마트 제조 등에 초점을 둔 연구가 포항에서 진행 중이다.

포스텍은 푸드테크 계약학과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포항시와 로봇산업융합연구원 등과 함께 푸드테크 산업 혁신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포스텍 연구진은 체인지업그라운드 3층 푸드테크 R&D센터에서 최적의 맛을 찾는 커피 블렌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연구진은 실험실에 진열된 여러 개의 커피콩을 블렌딩 로봇을 활용해 조금씩 섞어 최적의 커피 값을 산출하기도 했다.

박주홍 포스텍 푸드테크 계약학과 교수는 "반복적인 블렌딩을 통해 로봇이 수천 가지의 커피 맛을 창출한다"라며 "푸드테크 산업이 활성화되면 이처럼 개인의 취향에 꼭 맞는 음식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푸드테크 선점 나선 '경북도'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푸드테크' 를 선점하기 위한 시장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와 고령화로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푸드테크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은 연평균 6~8% 성장해 2025년이면 3천6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푸드테크 시장 규모 역시 2020년 기준 약 61조원으로 추정되며, 2017년부터 매년 30%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에 정부는 2027년까지 푸드테크 유니콘 기업 3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1천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운영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관련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경북도는 '푸드테크 신산업으로 혁신 성장하는 경북도'라는 비전 아래 푸드테크 산업 생태계 조성과 전문인력 양성, 혁신기업 육성, 외식 산업 상용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등이 상호 협력해 푸드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K-키친 프로젝트'를 필두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신성장산업인 푸드테크 산업을 선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북도가 구상하고 있는 푸드테크 K-키친 프로젝트 계획안에 따르면, 도는 포항 북구 흥해읍 일대를 푸드테크 혁신 클러스터(315억원) 후보지로 선정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관련 인프라 조성에 나선다.

또 해당 부지에 '경북도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2027년·55억원)를 구축해 푸드테크 관련 기술을 개발한다. 연구 기관인 포스텍과 뉴로메카 등 푸드테크 기업 다수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푸드테크를 발전시킬 전문 인력 양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K-키친 프로젝트에 따라 대학과 기업이 힘을 합쳐 2026년까지 푸드테크 전문 인력 500명을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푸드테크 계약학과를 신설한 포스텍을 선봉장으로 맞춤형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농식품부와 협의해 지역대학에 푸드테크 학사 과정 신설을 타진한다. 기업에선 산학연관협의체를 바탕으로 푸드테크 숙달 인력을 육성할 방침이다.

인재 양성과 함께 경북 푸드테크 산업을 이끌어 갈 혁신 기업이 포항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련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도는 푸드테크 기업 50개 유치 및 이전을 목표로 기술·금융·수출 지원 방안을 전방위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푸드테크 기술 및 기업에 대한 인증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고 기업 수요에 따른 연구 기술 개발을 통해 관련 기업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푸드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 과제를 발굴하고 기술 상용화와 제품 개발을 골자로 하는 기술지원사업도 2027년까지 실시한다.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를 결합한 K-키친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푸드테크 기반 외식업 디지털 전환도 앞당긴다.

스마트 외식 주방 대전환 선도 모델을 창출하고 청년 외식 창업의 디지털 혁신 역량을 강화한다. 아울러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량 급식 조리시설의 자동화(서빙·조리 로봇)와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 해결 방안 및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실증연구를 통해 푸드테크산업이 경북 혁신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외식산업은 푸드테크 혁신의 시발점이자 푸드테크 산업의 최전선"이라며 "외식산업 전반에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하는 K-키친을 K-푸드와 함께 육성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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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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