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업무추진비 이대로 괜찮나③·끝] 대구경북 기초의회 100억…허술한 감시감독이 방만 집행 부추겼다

  •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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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20 17:25  |  발행일 2026-06-20
■ 대구경북 9대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전수조사

경북 기초의회 다수, 내역 합산 두루뭉술 공개

영남일보 보도 후 경실련 "방만 사례 신고 검토"

권익위는 하반기 지방의회 업추비 실태 점검

온라인에서 "기초의회 무용론" 등 비판 확산

민선9기 출범 앞 실태점검 실효성 높일 적기

2024년 7월 대구 동구의회 의정공통경비 사용 내역 중 일부

2024년 7월 대구 동구의회 의정공통경비 사용 내역 중 일부

제9대 대구·경북 기초의회의 업무추진비가 100억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혈세로 지원되는 지방의원 업무추진비가 식대·간식비, 직원 생일·명절 선물 구입이나 퇴직 기념식 등에 펑펑 쓰이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행정안전부 규정이나 국민권익위원회 사용지침을 벗어난 '쪼개기 결제'나 식비 규정을 맞추기 위한 인원 부풀리기 등의 편법 사용 의혹도 반복됐다.


경북에서는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거나 사용시간 혹은 사용처를 게재하지 않는 곳도 다수 확인됐다. 사용 실태에 관한 감시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게 방만 집행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7월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주민 혈세로 모아진 업무추진비의 투명성을 높이는 실효적 장치와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대구경북 기초의원 업추비 100억원


영남일보가 대구 9개 구·군과 경북 22개 시·군·구 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2022년 7월~ 2026년 4월)을 전수조사한 결과, 대구·경북 기초의회가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전체 100억원에 육박했다. 영남일보가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내역만을 합산한 규모로,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의성군의회의 업무추진비는 제외됐다.


지방의원의 업무추진비는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더한 의정비와 별개로 의정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목적으로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등에 주어지는 예산이다.


대구에서는 9개 구군의회가 총 28억7천679만여원을 사용했다.


가장 많은 금액을 쓴 곳은 가을·겨울 두차례에 등산복 브랜드에서 700만원을 들여 단체복을 구입한 대구 동구의회다. 17명 의원으로 이뤄진 동구의회는 2023년부터 올해 4월까지 총 5억2천511만3천711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 24명의 달서구의회가 쓴 비용(2억7천179만5천225의)보다 2배 정도 많다. 22명의 수성구의회는 5억1천373만원, 북구의회(21명) 3억6천513만원, 서구(10명)와 달성군(12명)의회 각각 3억1천862만원과 3억4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이대로 괜찮나①] 의원님 옷부터 구입? 피복 구입 수백만원 펑펑 | 영남일보 | 윤정혜 기자 | 정치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이대로 괜찮나①] 의원님 옷부터 구입? 피복 구입 수백만원 펑펑 | 영남일보 | 윤정혜 기자 | 정치

30만원 이상 사용 내역만 기준으로 보면, 동구의원들은 명함과 명찰·배지 구입에 800만원의 혈세를 썼다. 명함 제작에 657만여원을 썼다. 2024년 7월 12·26일 의정공통경비로 163만6천800원, 182만6천원을 각각 집행했다. 8월에도 53만3천500원, 9월 88만9천800원, 11월 47만1900원, 12월 46만5천300원을 잇따라 지출했다. 지난해 4월(36만8천500원)과 5월(37만9천5천원)에도 명함 제작에 수십만원을 추가 지출했다. 의원들은 또 명찰과 의원 배지를 만드는데도 100만원대 예산을 집행했다. 2024년 8월 배지구입에 71만5천원을 사용한 동구의원은 지난해 명찰 제작에 51만원을 추가로 썼다. 명함·명찰 구입비용은 대구경북 전체 의회 가운데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단체 등산복 구입이나 과도한 개인 명함 등은 목적 외 사용 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5년 발표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실태 점검'에서 불필요한 단체복 구입을 목적 외 사용으로 보고 전액 환수 조치를 통보한 바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동구의회와 경산시의회의 단체복은 감사원 감사나 권익위 조사가 진행될 경우 환수 처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구의회는 또 특정 고깃집에서 과도하게 몰아썼다. 갈비집에서는 51번 1천869만원, 한우식육식당에서 46번 1천248만여원, 찜갈비식당에서는 36번 1천368만원을 각각 사용했다. 고기류 식당 3곳에서 쓴 금액만 4천만원을 훌쩍 넘는다.


[지방의원 업무추진비 이대로 괜찮나②] 심야 '포차' '이자카야' 간담회? 사용내역 공개 않는 의회도 | 영남일보 | 윤정혜 기자 | 경제

[지방의원 업무추진비 이대로 괜찮나②] 심야 '포차' '이자카야' 간담회? 사용내역 공개 않는 의회도 | 영남일보 | 윤정혜 기자 | 경제

특정식당 몰아쓰기는 타 지역 의회도 마찬가지로 의회별로 고깃집에서 가장 많은 사용내역이 확인됐다. 특정식당에서 1천만원 이상 사용한 내역을 기준으로 서구의회는 한우식당에서 1천591만2천원(54번), 또 다른 고깃집에서 1천64만원(34번), 수성구의회는 물회집에서 1천779만원(55번) 고깃집에서 1천512만원(42번)을 사용했다. 달서구와 중구·남구의회에서는 1천만원 이상 몰아쓴 식당이 없다. 군위군의회는 사용처를 게재하지 않았다.


경북은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의성군의회를 제외한 21개 시군에서 60억8천579만원을 사용했다. 경주시의회가 7억9천943만여원(3천668건), 경산시의회 5억5천716만원(2천416건)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사용했다.


경산시의회는 업무추진비로 관외 지역인 대구의 대형쇼핑몰에서 트레이닝복을 단체로 구입해 각 의원에게 지급했다. 사진은 경산시의회 전경.

경산시의회는 업무추진비로 관외 지역인 대구의 대형쇼핑몰에서 트레이닝복을 단체로 구입해 각 의원에게 지급했다. 사진은 경산시의회 전경.

경산시의회도 동구의회처럼 트레이닝복을 단체로 구입해 의원에게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구입처도 관내가 아닌 대구지역 대형 쇼핑몰로 확인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명분 없는 관외 대형 쇼핑몰 결제 역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본래의 예산 편성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방만 집행 사례로 꼽힌다.


공개 취지 무색·실태점검도 형식적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는 공적인 의정활동 수행을 위해서만 집행돼야 하며 사적 용도나 선심성 물품 제공은 엄격히 금지된다. 지자체별로 업무추진비 사용에 관한 조례나 규칙을 통해 사용 목적과 제한, 감시·감독 기능을 명문화했다. 문제는 이런 장치에도 불구하고 감시감독이 허술한 구조에서 편법 사용을 묵인하는 데 있다.


대구·경북의 다수 의회는 총액이나 두루뭉술한 사용처만 텍스트로 명시하거나 아예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의회사무국의 내부 통제가 사실상 마비됐음을 시사한다. 대구 서구의회와 경북 구미시의회는 관련 보도 이후 홈페이지의 시간 게재가 잘못된 점을 확인해 정정하기도 했다.


대구의 지방의회는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로 집행기준을 정하고 사용에 관한 정보를 주민에게 공개토록 명시했다. 특히 업무추진비 사용 현황에 대해 연 1회 이상 실태점검을 실시(혹은 점검 계획을 수립·시행)토록 규정하고, 점검 결과 부당 사용이 확인된 경우는 사용 금액을 환수 조치한다는 내용도 포함해 목적외 사용을 경계하고 있다.


업무추진비 사용이 가장 많았던 대구 동구의회의 경우 매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의장에게 보고하는 형태로 실태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태점검 후 환수조치와 같은 문제나 이의가 발생한 건은 한 건도 없다. 실태 점검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조광현 대구 경제실천연합 사무처장 역시 "의장이 실태점검을 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의장도 의정공통경비 등 업무추진비 사용 당사자이기도 해 문제를 찾거나 환수조치에 미온적이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 시·군·구 의회는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례 제정마저 소극적이다.


관련 조례가 있는 곳은 영덕군의회 1곳에 불과하다. 상주와 고령·울릉군 등은 규칙으로 정했고 포항과 문경·경주·구미 등은 조례 규칙 모두 없는 상태다. 민선 8기동안 사용내역을 한 건도 공개하지 않은 의성군의회 역시 관련 규정 미비로 주권자인 지역민에 고지 의무 조차 이행하지 않다가 영남일보의 관련 보도와 지적 이후 올해 1분기 사용내역을 뒤늦게 공개했다.


시민사회는 영남일보 관련 보도와 관련해 신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조광현 대구경제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은 행동강령 위반이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누구라도 신고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단체복 구입이나 과도한 의원명함 구입 등과 관련해 신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영남일보에 올해 하반기 중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실태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혀왔다. 조사범위와 내용은 검토 중이다.


이러한 행태가 알려지자 기초 지방의회 무용론이 재등장하는 등 시민들의 비판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기사 덧글로 '전부 자부담으로 해야 할 예산' '(지방의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바꿔야' '나랏돈을 개인 돈처럼 생각하는 행태' '기초의회 없애야' 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전문가들은 감시감독의 실효성을 높이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행정법무학과)는 "업무추진비 사용에 관한 외부 감시나 행정사무감사 등을 조례나 규칙에 담아 상례화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협업으로 모니터링을 상시 발동하며 내부의 자정 기능도 대폭 강화될 수 있다"고 하면서 "민선 9기 출범을 앞둔 지금이 제도 보완에 나설 적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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