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논설실장
요즘 부쩍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 정말 운이 좋다'는 촌평이다. 이 대통령을 추종하는 이들은 '국운 상승' 같은 극찬의 말도 쏟아낸다.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근거가 있다. 주식시장이 일단 그렇다.
지난해 봄인가, 주식시장은 2천대 언저리였다. 국민연금공단 대구경북지부에 자문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난 이렇게 말했다. "연금 소진, 소득대체율 이런 고민도 한국주식이 1만 포인트만 돌파하면 모조리 해결될텐데". 다들 피식 웃었다. 1만? 그게 가능하냐는 표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보고를 받고는 '국민연금 소진시기가 수십년 연장됐지 않나요' 하고 반문했다. 복지부 차관의 답변은 2071년이었으나, 주식시장이 폭등하면서 2100년으로 늦춰졌다는 추계가 언론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연금은 한국주식만 들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 주식, 유럽부동산, 채권 등등 다양하다. 아무튼 국민연금은 근년들어 주식으로 기록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다. 지난해 261조원, 올들어 3월말까지 68조원을 불려 총 1천526조원을 적립중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6월 현재 1천800조원으로 추산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전대 미문의 영역을 달리고 있다. 1만 포인트가 목전이다. 물론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듯하다. 세계적 반도체 2톱, '삼전닉스(삼성전자 하이닉스)'의 독주 체제인 탓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삼전닉스'를 보유한 국민과 보유 못한 국민 두 부류로 나뉜다.
주식시장을 꿰뚫는 상장기업 임원을 지낸 친구에게 물었다. 이번 대세 상승은 언제 끝이 날까. 그의 대답은 "당분간 오르겠지. 대신 엄청난 휴유증이 기다릴 것이다." 삼전닉스의 질주가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고, 이는 이재명 정권의 부담이자 지지율 하락의 단초가 될 것이란 주석도 붙였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으니 틀린 진단도 아니다. 그는 정치적으로 우파 성향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 5천 포인트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집권한지 1년도 안돼 달성해 버렸다. 이 대통령의 수훈이 있다. 그 유명한 '송아지론'을 비롯해 상법개정, 주주 권리와 배당확대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정부는 주식시장 활황에 재미를 붙여 코스닥 3천포인트 달성 위원회도 설치했다.
사실 삼전닉스는 그냥 오르는게 아니다. 실적은 세계 주식시장 역사에 남을 만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30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앞으로 일본의 100대 기업 이익을 다 합쳐도 삼성전자에 못미친다는 추정(골드만삭스)도 있다. 2028년 삼전닉스 두 회사 이익이 무려 1천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참고로 우리나라 한 해 실질적 집행가능 예산은 400조원이다.
우파 인사들은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도 안했으면 정말 좋은 시절 보내고 있을 것이란 한탄이다. 그 회한은 이런 질문으로 이어진다. "오늘의 삼전닉스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어떤 부류가 만들었는가". 반도체 뿐만 아니다. 조선 방산 원자력 자동차 등 세계적 제조업 강국 한국은 어떻게 탄생했는가란 근본 질문이다.
사실 정치는 경제 즉, 주식시장 부동산 그리고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정권의 역사적 평가는 대한민국의 오늘에 누가 기여했느냐란 미래 질문에 그 승패가 갈린다. '내신 종합평가'다. 정권은 유한하고, 민주공화정의 그것은 빈번히 교체된다. 누가 대한민국을 완성하는가?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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