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에 주변보다 분양가 비싸…'반고개역 푸르지오' 청약 성적 처참

  • 박주희
  • |
  • 입력 2024-02-15 07:50  |  수정 2024-02-15 07:54  |  발행일 2024-02-15 제12면
대우건설 시공 239가구 모집
84㎡A 1순위 달랑 8건만 접수
주변 시세보다 가격 높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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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개역 푸르지오'. 홈페이지 캡처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진 대구의 올해 첫 신규 분양단지 '반고개역 푸르지오'가 결국 처참한 청약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집값 상승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방향을 돌린 전략이 암울한 결과로 돌아온 것.

'반고개역 푸르지오'는 대구 서구 내당동 일원에 대우건설이 시공한 총 240가구 규모의 후분양 아파트로 지난 2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냈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반고개역 푸르지오'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239가구 모집에 84㎡A 타입에만 단 8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청약경쟁률은 0.03대 1을 기록했다. 84㎡B와 157㎡에는 1순위까지 단 한건의 청약통장도 접수되지 않았다.

앞서 전날 진행된 특별공급(다자녀·신혼부부·생애최초·노부모·기관추천) 청약에서도 114가구 모집에 고작 1건의 청약통장만 접수됐다. 그 한 명은 84㎡A 생애최초 청약 접수자였다.

이 같은 참혹한 성적표는 고금리와 부동산시장 불확실성 등의 여파로 대구 부동산시장이 혹한기에 빠진 데다, 고분양가 논란까지 불거지자 청약 수요자들이 외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84㎡ 기준으로 6억9천만~7억3천900만원이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2천190만원을 넘었다. 입지와 단지 규모에 비해 소비자들이 수용할 만한 분양가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실제 인근의 대단지 신축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높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중구 '청라힐스자이'(2023년 2월 사용승인·947세대 )는 84㎡가 지난 6일 5억6천700만원에 중개 거래됐다. 앞서 지난 1월엔 같은 평형이 6억9천8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인근에 자리한 중구 '남산자이하늘채'(1천368세대·2022년 3월 사용승인)는 84㎡가 지난 1월과 2월에 6억6천만~6억7천만원에 중개거래됐다.

지역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높아 청약에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후분양 아파트로 금융비용이 분양가에 반영되고 공사비·원자잿값 상승 탓에 가격 상승분이 많이 생겼다. 사업 주체는 할인·장기임대 등의 방법을 찾으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깜깜이 분양'도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무리 분양 경기가 침체됐더라도 수요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분양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아파트의 시행사 관계자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이자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상승하면서 그 부담이 분양가에 포함되다 보니 분양가가 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시행사의 이윤 없이 내놓은 상품이라 저희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직 분양 등을 생각 중이고 장기 임대로 방향을 돌리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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