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 잔치가 된 사야국악상…대구문예진흥원 제 역할 못한 것"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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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0 18:00  |  수정 2024-02-20 18:05  |  발행일 2024-02-21
메세나 논란에…대구문예진흥원 기부 기업 자체 시상식
"후원 의미 퇴색" 문화계 일각 비판 목소리에
진흥원측 "기부 약정 따라 TC태창 의사 반영 행사 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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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 기부금을 내놓은 기업이 심사 과정에 참여해 논란(영남일보 2023년 11월16일자 13면 보도)이 되자 올해는 해당 기업이 자체 시상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진흥원은 대구시·TC태창과의 기부 약정 협약을 근거로 각종 시상식을 추진했습니다. 청년 국악인 등을 시상하는 '2023 팔공사야국악상' 수상자를 선정했고, 진흥원 소속 공연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제2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사야오페라어워즈'를 제정해 그해 축제 메인 오페라에 참여한 성악가·제작진을 대상으로 시상했습니다. 두 상 모두 수상자를 선정하는 추천위원회 및 심사위원회를 TC태창 측이 구성하면서 뒷말이 나왔습니다. 진흥원이 추진하는 메세나(Mecenat·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에 상금 기부를 한 TC태창이 심사 과정에 참여한 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메세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게 지역 문화계의 지적이었습니다. TC태창이 설립한 사야문화재단이 2014년부터 '사야국악상'을 시상해왔기 때문에, 일각에선 팔공사야국악상의 취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논란이 되자 올해 진흥원은 직접 사야국악상 시상식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보도자료를 배포해 수상자를 알리고,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시상식과 함께 축하 연주회가 열린 것과 대조적입니다. 대구 문화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난달 초 TC태창이 진행하는 신년음악회에서 사야국악상 시상식이 진행됐습니다.

이에 대해 진흥원은 진흥원 명의로는 시상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시상금 집행은 진흥원에서 한다고 밝혔습니다. 팔공사야국악상은 2022년 12월 지역공연문화 진흥·발전을 위한 대구시·TC태창·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기부 약정협약을 근거로 추진해왔습니다. TC태창은 협약에 따라 오페라·뮤지컬·국악 분야 대상 제정 및 시상식 등의 후원을 위해 연 5억원씩 4년간(2023~2026년) 총 20억원을 지정 기부하기로 약정했습니다.

진흥원 관계자는 "기부 약정에 따라 기부자 뜻을 반영해 이렇게 진행하게 됐다"면서 "올해는 TC태창에서 수상자 선정을 해서 알려왔고, 지적이 나오면서 진흥원 명의로 상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보고 진흥원에서 시상은 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놓고 지역 문화계 일각에선 기부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흥원이 역할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지역 문화계 한 관계자는 "기부를 해놓고 시끄러워지니까 바꾼 것으로 보이는데, 저런 식으로 진행하면 그 기업의 잔치가 되는 것이지 후원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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