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이재명의 捨大就小(사대취소)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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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9 07:01  |  수정 2024-02-29 07:03  |  발행일 2024-02-29 제22면
"불공정 공천" 파열음 비등
개악·무리수가 환골탈태?
공천 농단=총선 폭망 공식
국민의힘·민주 지지율 역전
이 대표 2선으로 물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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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이철희 전 국회의원이 공천의 조건을 미국 프로농구 'NBA'로 풀어냈다. N은 노이즈. 즉 잡음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데 민주당은 '파열음 만땅'이다. '현역불패' 기류의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다. B는 밸런스다. 민주당의 내홍도 계파별 균형이 무너진 까닭 아닌가. 컷오프는 비명 일색, 단수 공천은 친명이 압도적이니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만하다.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과 친윤·'용핵관'의 밸런스가 주요 변수다. 대구경북의 물갈이 폭 역시 균형의 잣대로 적정화해야 한다. A는 어메이징한 인물을 상징하는데 여야 공히 유권자가 혹할 만한 신선하고 중량감 있는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공천 1라운드는 국민의힘 판정승이다. 여론도 여당 우세를 투영했다. '시스템 공천을 어느 정당이 잘했나'라는 질문에는 국민의힘 45.6%, 민주당 35.4%로 답했다. 대선 가상대결은 한동훈 46.4%, 이재명 40.2%였다.(데일리안·공정<주> 여론조사) 여론이 출렁거린 덴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하위 20%에 대한 평가 기준은 오리무중이며, 비명 현역 의원을 뺀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살생부인 양 나돌았다. '친명 횡재' '비명 횡사'라는 요상한 조어는 계파 양극화를 부추겼다. 공관위는 존재감을 잃었다.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 똑같은 잣대라면 이재명 대표는 하위 몇 %에 포함될까.

홍익표 원내대표는 논란의 여론업체 리서치디앤에이의 배제를 요구했고, 정필모 민주당 선관위원장은 사퇴했다. 전직 총리도 거들었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딴청을 피운다. "환골탈태 과정의 진통"이라거나 "시스템에 따라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고 있다"고 말했다. 환골탈태? 개악이나 무리수를 환골탈태란 단어로 치환할 순 없다. 경쟁력? KBS·한국리서치의 서울 동작을 여론조사에선 이수진 의원이 전략공천설이 나도는 추미애보다 경쟁력이 높았다. 임종석 컷오프는 이 대표의 당내 경쟁자를 솎아내려는 의도로 비친다.

공천 전횡이나 농단은 예외 없이 선거 폭망으로 이어졌다. '진박 감별사' '옥쇄 들고 나르샤' 소동으로 리더십이 붕괴됐던 2016년 새누리당의 예상 밖 패배, 황교안 대표의 막장 공천과 공천관리위원회의 고무줄 잣대에서 비롯된 2020년 자유한국당의 수도권 참패를 반추해본다.

위기십결(圍棋十訣)은 당나라 현종 때 바둑 고수 왕적신이 정리한 열 가지 바둑 요결이다. 위기십결의 다섯 번째 계명이 사소취대(捨小就大·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이재명의 친정체제를 위한 공천 무리수는 '사대취소'다. 국민의힘보다 앞서가던 민주당 지지율이 역전당하고 정권심판론도 약화했다. "이 대표가 당을 친위대로 꾸리려다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다."(이준한 인천대 교수).

위기십결의 동수상응(動須相應·돌이 움직일 때는 주위의 돌과 호응해야 한다)은 다른 돌과의 연관성을 강조한 계율이다. 정당 공천도 마찬가지다. 민심과 호응하고 후보와 호응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그러지 못했다. 어렵사리 '이재명 당'을 만들어봐야 총선 폭망이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재명의 대선 가도가 붕괴됨은 물론이다. 공천 불공정 시비를 의뭉스러운 말로 눙칠 때가 아니다.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공관위에 전권을 주고 이 대표는 2선으로 물러나는 게 옳다. 아니면 '김부겸 비대위' 체제로 가든가. 총선 표심을 얻을 막다른 외통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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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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