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청년 유입 정책…장기적 안목으로 예산 투입해야"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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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9 07:23  |  수정 2024-02-29 07:46  |  발행일 2024-02-29 제10면
의성서 지방소멸 대응 간담회
"단기적 청년 유입 실적보다
실제 정착 인원 파악이 중요
정착 성공 시 농촌 바탕으로
전국 단위 사업 확장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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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이 송 장관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태 한톨 대표, 박진영 의성문화사 대표, 추현호 콰타드림랩 대표, 송미령 장관, 안혜원 워니팜 딸기 대표, 장명석 메이드인피플 대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인구소멸위험지수 전국 최상위권의 경북 의성을 찾아 농촌소멸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송 장관은 28일 경북 의성군 안계면 청년키움센터에서 열린 농촌 청년 창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지역 청년들과 농촌소멸 대응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경북 의성에 자리 잡은 20·30대 청년 농부들의 고충을 청취하고 단계별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송 장관은 지역 청년 창업인 5명과 마주 앉아 농촌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토의를 이어갔다.

청년들은 정주 환경부터 빈집 문제, 정착 지원금 현실화 등 인구 소멸과 밀접한 내용을 위주로 송 장관에게 건의했다. 추현호(38) 콰타드림랩 대표는 "서울 2호선에 찌든 청년들이 농촌에 처음 정착하면 힐링을 느끼지만 그 기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속적인 소득을 창출하는데 실패한 청년은 대부분 4년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게 현실"이라며 "농촌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정책 성과를 단기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인구소멸지역에 투입되는 정착 지원금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청년 유입을 위한 지원금은 반짝 이목을 끄는 데만 효과 있을 뿐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장명석(30) 메이드인피플 대표는 "청년이라고 모든 것을 다 지원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단기적인 유입 실적보다 정말로 농촌에 정착할 인원인지 제대로 심사해 관련 지원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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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초청 농촌 청년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이 송 장관과 토의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정착에 성공한 청년 기업인들이 농촌을 바탕으로 전국 단위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의 유니콘 기업 육성 정책과 같이 농촌에서 사업을 시작한 청년이 '스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 현재 경북 의성에는 100여 개의 청년 창업기업이 있다. 장 대표는 "현재 운영 중인 금수장(청년복합주거공간)의 주 고객은 워케이션을 즐기려는 수도권 기업인"이라며 "지역을 바탕으로 전국 단위 사업을 펼치길 희망하는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라고 했다.

청년들은 농촌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혜원(29) 워니팜 딸기 대표는 "외지에서 들어온 청년들은 거의 무자본이거나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거주지를 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라며 "귀농인에게 1년간 무료 임대를 해주는 '귀농인의 집'의 지원 기간을 더욱 늘리면 청년 농의 주거 문제에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농촌에 남아도는 빈집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진영(39) 의성문화사 대표는 "농촌에 빈집은 많으나 임대 매매가 어려운 형태가 많고 의성군의 경우 빈집의 토지가 국유지와 혼재돼 처리되지 않은 곳이 많다"라며 "창업가들이 빈집을 임대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로 활성화에 제약이 있는 만큼 정부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청년들의 의견을 종합해 농촌 전반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의성이 소멸위험이 가장 심각한 곳이라고 하지만 여기서 발생한 문제를 확장하면 대한민국을 바꿀 수도 있다"라며 "농업에 종사하는 청년뿐 아니라 농촌에서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겠다"라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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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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