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미완(未完)'의 기사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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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5 07:10  |  수정 2024-03-25 07:09  |  발행일 2024-03-25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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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기자(경북부)

이달 초 작성한 포항 코스트코 유치 기사는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역 뉴스로는 이례적으로 단일 기사의 인터넷 페이지뷰가 10만뷰(view)가량 찍힐 정도였으니 말이다.

기사가 나간 후 지역에선 크고 작은 피드백이 이어졌다. 누군가에겐 "특종을 축하한다"는 격려를 또 어떤 이에겐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을 부풀려 기사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사를 복기(復棋)해보면 결코 완벽하지 못했다. 수집한 자료와 지자체의 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했다고는 하지만, 투자 당사자인 코스트코의 입장은 빠졌다. 이 때문에 경북도 투자 유치실 직원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 역시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수년간의 노력이 빛바랠 위기에 놓였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경북도와 포항시는 의지를 갖고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 간부회의에서 핵심 간부는 코스트코 사안에 대해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포항시는 추가 미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투자 유치실을 오가며 만난 공무원의 뜻밖에 응원(?)도 이어졌다. "경북도가 투자처로 매력을 얻을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열심히 활동해 달라"는 말 한마디가 기자에겐 큰 힘이 됐다.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그의 태도에서 경북도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투자 유치는 결국 서로 간의 약속이다. 양쪽이 모두 만족하지 못하면 결국 짝사랑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두 기관이 업무 협약까지 체결하고도 업계 상황에 따라 파기하는 경우를 그동안 수없이 경험하지 않았던가. 투자 유치 사업 열 곳을 추진하면 하나가 될까 말까 한 것이 일선 지자체의 현실이라고 한다.

이 같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북도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4조1천802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 투자유치 성과를 달성했다. 투자 유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유가 어찌 됐든 기사를 성급하게 작성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기사에도 때와 시기가 있다던 선배들의 조언이 뇌리를 스친다. 다음이 없는 기사를 만들지 않도록 철저히 취재하고, 고민하는 기자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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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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