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직터뷰] 배영호 포항테크노파크 원장 "지·산·학·연 협력 이끌어 '첨단산업도시' 포항 새 미래 열겠다"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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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3 08:34  |  수정 2024-04-03 08:35  |  발행일 2024-04-03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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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호 포항TP 원장이 포항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배 원장은 혁신기술 기반 강소기업 육성과 지·산·학·연 협력체계 강화에 답이 있다고 했다.

'제철보국(製鐵報國)' 포항제철 설립 모토이자 포항시민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말이다. 사실 포항제철이 만들어낸 '산업의 쌀'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경제 부흥은 불가능했다. 물론 지금의 포스코도 한국을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견인하는 믿음직한 동아줄이다. 나아가 포항은 이제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철강산업의 탄탄한 기반 위에 배터리(2차전지·수소연료전지), 바이오, 로봇, 디지털 SW 등 신성장 산업을 꽃피우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건강한 R&D(연구개발)생태계다.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실제로 포항에는 포스텍,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외에도 우수한 연구기관과 기업지원 인프라가 풍부하다. 그 중심에는 포항테크노파크(TP)가 있다. 포항TP는 2000년 설립 이래 지역 경제발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혁신 기술 개발과 지역 강소기업 지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전국 19개 TP 중 포항TP가 유일하게 기초지자체 산하 기관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항TP 업무는 앞으로가 더 태산이다. 무엇보다 포항이 첨단 산업도시로 나아가는 데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 5월 취임해 포항TP를 이끌고 있는 배영호 원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난 배 원장은 대학 졸업 후 연구과 강의에 매진해 온 학자 출신이자 반도체 전문가다. 그럼에도 배 원장은 실물 경제와 지역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 특히 포항의 미래 발전 비전도 뚜렷해 보였다. 배 원장이 포항 산업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 건 지·산·학·연 협력체계 강화다. 물론 포항TP 수장이 갖춰야 할 덕목은 이게 다가 아닐 것이다. 조직을 이끄는 통합 리더십과 지역사회와의 소통 능력도 필요하다. 인문적 소양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배 원장은 언론인 출신인 아버지 덕을 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18일 인터뷰에서 배 원장의 첫마디는 "영남일보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선친(배효덕)이 영남일보 편집국장(1977~1978년)을 지낸 후 언론통폐합으로 폐간될 때까지 총무국장을 지냈다고 했다. 그즈음 대입을 앞둔 배 원장은 사진학과에 가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강한 권유(?)로 전자공학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배 원장의 사진 사랑은 변한 적이 없다. 대학시절부터 줄곧 사진촬영을 최고의 취미로 삼고 있다. 배 원장이 멋지게 찍고 싶은 포항과 포항TP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원장 취임 후 활동과 소감은.

"포항TP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위덕대학교에 이어 세 번째 직장입니다. 연구원과 교수로서 한 평생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갖게 돼 무척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취임 이후 테크노파크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인 지역 강소기업 성장 지원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RIST에서 연구 개발을 수행한 경험과 대학에서 인력을 양성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포항 2차전지특화단지 지정, 수소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조성 예타 통과에 따라 각각 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에도 바빴습니다."

▶포항TP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현재 포항TP 지곡동 본원과 부설 센터 등에 10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1천3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역 혁신 거점기관으로서 하는 일도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업무는 포항지역 기업에 성장사다리를 놓아주는 유망강소기업 지정 사업입니다. 지난해까지 102개 업체가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혁신 기업의 창업에서부터 연구개발, 시제품 제작, 마케팅까지 전 단계에 걸쳐 다양한 지원 사업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 연구기관들과 기업들 간 교류와 기술 중계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업입니다. 이를 위해 포항 R&BD기관협의회, 포항기업연구소협의회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과 2차전지산업 외에도 포항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그린에너지, 그린바이오, 디지털-SW를 3대 특화분야로 지정해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중 그린에너지 사업의 일환인 수소연료전지클러스터 조성사업 예타 통과가 포항TP의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연구원·학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
RIST 연구·위덕대 교수 경험 도움
언론인父에 소통능력·리더십 배워

전국 유일 기초지자체 산하 TP
그린 에너지·바이오·SW 특화 지원
"지역 유망기업 성장 최선 다해 돕겠다"


▶포항TP만의 강점과 차별성이 있다면.

"전국 기초단체 중 유일하게 포항TP 설립이 가능했던 건 포항에 세계적인 철강기업인 포스코와 포스텍 그리고 RIST 등의 우수한 연구개발 인프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포항 지곡단지는 대덕연구단지 다음으로 지방에서 연구혁신 기관이 가장 밀집돼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이 포항TP 탄생과 발전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포항TP 구성원들의 노력, 포항시 지원이 더해져 최근 4년 연속 재정자립도 100%, 정부 실시 기관평가 A등급 획득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중점 추진 중인 사업은.

"가장 큰 사업은 블루밸리 산단에 수소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5년간 1천918억원의 예산이 투입됩니다. 현재 관련 기업 30개사가 입주 예정일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이 클러스터는 수소연료전지 핵심 부품 국산화 등을 통해 미래 청정에너지 산업의 메카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린바이오 분야에서는 2022년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가 준공돼 활발히 운영 중이고, 향후 동물용 의약품 산업화, 바이오프린팅 인공장기 생산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디지털-SW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부설기관인 경북SW진흥본부는 권역 거점이자 경북 유일의 SW 품질 KOLAS 공인시험기관으로서 지역 디지털혁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또 이차전지 분야 기업 지원과 인력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관련 강소기업을 돕기 위해 별도 추진단을 설치했으며 2차전지기업협의회도 구성했습니다."

▶지·산·학·연 협력을 강조하는데.

"출생률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시대입니다. 지방 도시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젊은 인력의 정주를 위한 좋은 일자리 창출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포항의 경쟁력은 뛰어납니다. 세계적 기업인 포스코가 있고 최근에는 에코프로를 비롯한 이차전지 소재산업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스텍, RIST 등 연구·교육 분야의 혁신 자원도 풍부합니다. 이를 제대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역 연구소와 대학에서 36년간 근무하며 쌓은 저의 경험을 살려 지·산·학·연 협력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지곡단지 내 혁신기관들이 개발한 다양한 첨단기술들을 유망기업에 최대한 접목해 지역 산업 활성화로 이끌겠습니다.

▶포항 기업과 시민에게 하고픈 말.

"포항TP는 지역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열린 기관입니다. 기업의 성장 과정에 닥칠 수 있는 어떤 어려움이라도 우리와 상의해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여 지원하겠습니다. 포항TP는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지역 기업과 동반 성장하며 지방시대를 선도하는 지역혁신 거점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포항경제 활성화의 주역이 되겠습니다."

글·사진=허석윤 논설위원 hsyoon@yeongnam.com

# 배영호 원장 약력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1984년), 경북대 대학원 전자공학 석·박사 △(재)포항산업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1987~1996) △위덕대학교 IT융합학과 교수(1996~2023) △프랑스 그르노블 국립공대(INPG) 초빙교수(2009~2010) △<재>포항테크노파크 9대 원장(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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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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