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물터미널도 없으면 의성엔 軍공항 소음만 남는다"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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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9 18:51  |  수정 2024-04-09 22:14  |  발행일 2024-04-10
영남제일병원
경북 의성군 영남제일병원 앞에 화물터미널 설치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의성비안면
대구경북신공항 공동 유치지인 경북 의성군 비안면의 한 언덕에 '하늘로 세계로 비안면'라는 문구가 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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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원회 김인기 전 위원장이 화물터미널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화물전용터미널이 없으면 의성은 대구경북(TK)신공항 공동 유치 지역이라는 이름밖에 없습니다. 화물전용터미널은 희망이자 절실한 소망입니다."

TK신공항 이전 사업과 관련 화물터미널 배치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대립하고 있는 의성군은 끓기 직전의 용광로다. 전투기 소음을 감내하는 대신, 소멸 위기의 지역 발전을 위해 군공항 이전에 찬성했지만, 두 번 씩이나 뒤통수를 맞았다는 배신감 때문이다.

당연히 의성에 올 것으로 생각했던 화물전용터미널을 군위에 배치한다고 했을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국토부의 용역 결과 발표를 놓고 반발했지만 애매한 합의조항에 합의한 일부 책임을 인정하며 '복수터미널'이라는 나름 최대한의 양보를 했다고 생각했던 의성군이 이번에는 정말 분노하고 있다.

국토부가 '화물터미널 군위 배치'에 이어 대구시와 경북도의 중재안인 '화물터미널 복수 조성안'마저도 사실상 거부한 탓이다.

8일 찾은 의성군 비안면에서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김외출(68) 씨는 "공항이 들어서면 비안면 일부 마을 주민들은 정든 집터를 떠나야 한다"면서 "이런 피해를 감내한 것은 화물터미널 유치라는 수 년간 이어진 약속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의성군에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화물터미널 없는 공항 이전'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화물터미널 설치에 대한 의성군민의 불안감은 신공항 유치에 대한 거부감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김인기 전 의성군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 위원장은 "의성의 미래를 위해 화물터미널은 반드시 필요하다. 인구 소멸 위험지역인 의성의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 초 세종의 국토부 앞 항의집회 도중 자해를 시도했던 김 전 위원장은 "의성에 항공 물류라는 꽃을 심어 대구경북은 물론 타지역과도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희망했다.

또 현장에서 만난 주민 중 일부는 "화물터미널 없이 군공항만 들어서느니 차라리 공항을 짓지 않는 게 (의성군 입장에서는) 낫지 않겠느냐"며 기자에게 반문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북도의 화물터미널 새 부지 제안 중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북도는 이날 국토부에 기존안보다 물류 수용성이 높은 새로운 위치를 의성 화물터미널 부지로 제안했다. 군공항 시설과 인접한 동쪽으로, 대구·구미·포항 등 주요 산업·물류거점과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다.

의성에서 부동산중개소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군위 쪽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데, 의성은 갈등만 증폭되면서 '신공항 유치가 의성에 무슨 도움이 되나'는 정서가 커지고 있다"면서 "공항 이슈를 (국토부 등) 정부 논리가 아닌 지역발전의 논리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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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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