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쩌면 너는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일지도…쉰, 삶과 상처를 들여다보는 늦깎이 시인의 첫 시집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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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2 07:53  |  수정 2024-04-12 10:05  |  발행일 2024-04-12 제17면
2019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랜 세월 詩 향한 성찰·반항 담아

어쩌면너는시에서떨어져나온한조각일지도
서진배 지음/시인의일요일/160쪽/1만2천원

2019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서진배 시인의 첫 시집. 쉰 살에 첫 시집을 내는 것이 요즘은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늦깎이 시인으로서 오랜 세월 시에 대한 그의 마음을 이 시집에서 엿볼 수 있다.

그가 등단할 당시 심사를 맡은 이하석 시인과 이경수 교수는 그의 등단작 '이름'에 대해 "이름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을 담담히 말하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서정시의 전통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자기 삶과 상처를 들여다보는 시인의 예민한 시선을 가치 있게 평가한 것이다.

"이름대로 살기보다 산 대로 이름을 갖고 싶어요// 내 이름값으로 맥주를 드시지 그랬어요// 나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 걸요// 아무리 손을 뻗어도 손이 소매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걸요/ 이름을 한 번 두 번 접어도 발에 밟혀 넘어지는 걸요// 한번도 집 밖으로 나가 보지 못한 이불처럼 이름이 있다"(시 '이름' 중)

서 시인은 일상의 사소한 체험에서 시적인 순간을 발견한다. 그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봄으로써 자기성찰적 시선을 드러낸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에 제동을 걸고 싶어 하는 그의 시적 태도는 성찰과 반항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경수 문학평론가는 "서진배 시인의 첫 시집에서 지배적으로 흐르는 정서는 슬픔"이라며 "슬픔은 누군가를 상실한 체험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 결핍에서 흘러나오기도 한다. 중심에서 밀려났다는 감각이나 버림받은 경험으로부터 발생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서진배의 시는 그런 이유로 흘러나오는 슬픔을 예민하게 감각하면서도 슬픔에 젖어 매몰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슬픔을 느끼는 결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사실에 오히려 주목한다"고 평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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