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주지 취임 혜정스님 "사명대사 불사에 주력하겠다"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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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2 17:47  |  수정 2024-04-23 07:25  |  발행일 2024-04-23 제6면
"현재 추진중인 사명대사 체험관·교육관·수장고 건립은
'한뜻 세울때 나라가 존립할 수 있다'는 상징적 사업
배움의 문턱 낮춰 누구나 불법 받을 수 있도록 노력
반목과 갈등의 시대일 수록 화합하고 희생·배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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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동화사 주지 취임을 앞둔 혜정스님이 활짝 웃으며 합장하고 있다. 혜정스님은 '모두 다함께'라는 슬로건 아래 동화사를 이끌어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불제자로서 평생을 수행하며 정진해 온 혜정스님이 23일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에 취임한다. 혜정스님은 지난달 5일 열린 팔공총림 최고 의사결정 기구 임회(林會)에서 동화사 방장 의현 대종사의 추천으로 동화사 주지를 맡게 됐다.
혜정스님과 의현 대종사와의 인연은 남다르다. 혜정스님은 1962년, 의현 대종사가 주지로 몸담았던 경북 문경 대승사에서 속가의 나이 7세에 동진출가(어린 나이에 출가하는 것)했다. 1970년 영천 은해사에서 수계를 받을 때에도 의현 대종사를 주지로 모셨고 지금까지 6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영남일보는 봄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12일, 앞으로 4년 동안 동화사를 이끌 혜정스님을 만나 취임 소감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문경 대승사서 7세에 동진출가
60여년 師弟 인연 방장 의현 대종사
스승님 추천으로 중책까지 맡게 돼
반목과 갈등 시대, 희생·배려 가르침

사명대사 불사에 집중
수장고·체험관·교육관 건립 진행
동화사 제3의 중창 원만히 마무리

"전국 총림 중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
배움의 문턱 낮춰 불법 교육도량役"


▶동화사 주지라는 중책을 맡으셨습니다. 취임 소감은?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 주지의 소임을 맡게 돼 엄청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남일보와의 인터뷰를 준비하던 중 유달리 방장예하(의현 대종사)와의 인연이 많이 생각 났습니다. 그동안 제가 잘 모시지 못했는데도 동화사 주지라는 중책을 맡겨주셨기에 죄송하면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특히 방장예하께서는 지금 국민의 삶이 어려운 시기라고 말씀하십니다. 또 모두를 위해 기도하고 불법을 따를 때 불자들의 삶이 행복하고 만사형통하게 되는 진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임기 동안 그 가르침을 깊이 새겨 정진할 것입니다. 저는 방장예하의 숙원사업이자 팔공총림 동화사의 역점사업인 사명대사 체험관과 교육관, 수장고를 건립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는 불자는 물론 국민 모두가 한뜻을 세울 때 나라가 존립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전하기 위한 상징적인 사업입니다. 동시에 '모두 다 함께'라는 슬로건 아래 도량을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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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영남일보 인터뷰에서 혜정스님이 불교 대중화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동화사는 대구는 물론 전국을 대표하는 사찰입니다.
"팔공총림은 전국의 총림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총림입니다. 선원과 율원, 교육원 등을 완벽히 갖춘 총림으로서 그 부분을 더 확고히 해 팔공총림을 우리나라 제일 가는 총림으로 만드는데 힘을 보탤 것입니다. 금당선원은 전국의 수많은 스님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안거때 마다 수행하는 도량이며, 전문반과 연구반으로 운영하는 율학 승가대학원은 계율을 익히고 연구하는 도량으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수행처입니다. 또한, 동화사 승가대학은 예비 스님들이 4년의 정규과정을 거쳐 비구스님이 되는 교육도량입니다. 계(戒), 정(定), 혜(慧)의 삼학을 모두 갖춘 총림으로서 수행과 수학하는 스님들을 잘 모시고 받들겠습니다. 또한 동화사는 불자들을 위한 수학 공간으로 대구불교대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배움을 원하는 분들에게 문턱을 낮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해 명실상부한 대구·경북의 불법 교육도량으로 이끌어 가겠습니다. 이 밖에 동화사를 찾는 분들이 기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중에게 다가가는 삶을 실천할 것입니다. 이제는 기다려서 기도를 받는 것이 아닌 사찰을 찾는 분들이 기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화사의 역점 사업은 무엇이며 어떤 부분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동화사는 임담 의현 방장예하께서 1994년 통일약사여래대불을 모시면서 제2의 중창을 했으며, 지금은 제3의 중창이라 말할 수 있는 사명대사 수장고와 체험관 및 교육관 불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사명대사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승도대장이 되어 의승병 2천 명을 이끌고 평양성 탈환의 전초 역할을 했습니다. 1593년 1월 평양성 탈환의 혈전에 참가해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그해 3월 서울 근교 삼각산 노원평 및 우관동 전투에서 크게 전공을 세워 선조 임금에게 선교양종판사를 제수 받았습니다. 그리고 적진에 네 차례 들어가 왜장 가토 기요마사와 회담을 갖고, 2차 적진 담판을 마친 후 선조 임금에게 토적보민사소를 올렸는데, 이 상소문은 문장이 웅려하고 그 논조가 정연하여 보민토적의 이론을 전개함은 물론, 그 실천방도를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사명대사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보다 더 많은 업적을 가지고 있지만 후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못해 아쉽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명대사 불사를 원만히 마무리해 후손들에게 사명대사의 업적을 알리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반목과 갈등의 시대입니다. 서민들의 삶도 하루가 다르게 힘듭니다.
"우리는 국민이 화합할 때 국가의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화합하고 희생과 배려가 필요한 때입니다. 대중이 화합하면 이겨내지 못할 어려움이 없습니다. 물질을 중요시 하기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질 때 비로소 만족하게 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합니다. 또한 방장예하께서도 늘 저에게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십니다.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기다리는 지혜와 협력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춰야 '어렵다'고 하는 말하는 국민이 줄어 들것입니다. 이러한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펼치도록 포교에 매진해 나가겠습니다."

▶평생을 불제자로 살아오셨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특별한 것을 고르기 어렵지만 나름대로 기억에 남는 일들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출가해 문경 대승사에서 머물 때가 기억납니다. 당시 어린 마음에도 무척 기도를 열심히 했습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공부에 정진하면서 배운 것이 많았는데, 어떤 분야든 일심을 다하면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린 시절의 그 마음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특정 순간보다는 수행하며 경험한 모든 시간이 저에게는 특별했습니다. 물론 수행 과정에서 지칠 때도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도 수행의 일부입니다. 이러한 수행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수행력의 차이는 있지만 속인들도 수행에 정진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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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동진출가 당시의 혜정스님(사진 맨 앞 남자 어린이)과 경북 문경 대승사 주지였던 의현 대종사(앞줄 왼쪽 세 번째).<동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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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스님이 수계를 받은 1970년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찍은 단체사진. 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의현 대종사, 의현 대종사 오른쪽에 검은 승복을 입은 혜정스님이 서 있다. <동화사 제공>


▶의현 대종사와의 인연이 남다르다고 하셨습니다.
"방장예하(의현 대종사)와 저의 인연은 문경 대승사에서의 만남 이후 60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 애틋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였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됐을 때 문경 대승사에서 출가했는데 당시 주지 스님이 젊은 시절의 방장예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방장예하와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었고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방장예하께서는 한국 근현대 불교의 거목으로 평생을 타인과 종단을 위해 살아오신 분입니다. 지금은 과거의 격랑을 극복하고 복권되셨지만 종단 문제로 너무 큰 고생을 하셨기에 상좌로서의 애환이 깊게 남아 있습니다. 제가 그 어른을 곁에서 모시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저 어른은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중생과 종단을 위해 헌신하신 방장예하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며칠 전 방장예하께 동진출가 때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이것을 왜 이제야 보여주느냐'면서 저에게 야단을 치시기도 했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대구·경북 불자와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요즘 세상이 각박하고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물질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마음에서 힘든 부분이 많은데 그것이 바로 갈등입니다. 물론 갈등이 아예 없는 세상이라면 너무 단조로울 수도 있겠지만, 모든 중생의 평안을 위해서는 상대를 시기하는 마음을 없애야 합니다. 서로에게 좋은 마음을 가지십시오. 열린 마음을 가지고 끌어안는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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