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앤티크의 세계(2) 당대 최고 장인이 완성한 빈티지 도자기…백마크·디자인엔 문화 코드 담겨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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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6  |  수정 2024-06-11 17:37  |  발행일 2024-04-2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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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희 대표가 소장 중인 영국 로졸 웨어의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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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덜튼의 셰익스피어 시리즈 제품들. 도자기에 표현된 셰익스피어.
"원래 수집에 취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앤티크 도자기를 접하게 됐는데 이건 언제 만들어졌고 이름은 뭘까, 어느 회사 제품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찾아보고 모으게 됐어요. 몇 개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저희 집에 방문한 사람 중에는 박물관급이라 말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웃음)."

서운희 도서출판 앤틱 대표는 '앤티크(앤틱, Antique) 도자기' 수집가다. 경북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서 대표는 금융기관 근무를 시작으로 커리어를 쌓았는데, 도자기나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그가 앤티크 도자기를 수집하게 된 건 '앎의 즐거움'으로 시작됐다. 10여 년 전 앤티크 도자기를 우연히 접한 후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서 과거의 물건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금융가 일하다 수집가로
옛것서 새것 아는 재미 빠져
정보 찾고 모으다 책까지 내

명가 고유의 紋章 백마크
위조 구별하려 새기기 시작
제조사·시대별 다르게 표기

도자기 예술에 숨은 역사
십자군 승전 700주년 접시나
청나라 영향 받은 디자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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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도자기로, 뚜껑은 실버 플레이트 혹은 니켈 등으로 만든 비스킷 배럴.
도자기의 종주국은 중국이지만 그가 수집하는 앤티크 도자기는 주로 유럽에서 제조된 것들이다. '백마크'(Back mark)의 매력 때문이다. 오래된 도자기들을 보면 알 수 없는 문자나 숫자, 작은 그림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백마크다. 유럽의 도자기 회사들은 도자기를 제조할 때마다 밑바닥에 상표인 백마크를 정교하게 새긴다. 17세기까지 유럽에는 토기나 도기 수준의 연질도만 있었는데, 1710년 작센 공국의 마이센(Meissen)에서 도기를 처음 생산했다. 마이센은 자기를 제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조품이나 열등한 모조품으로부터 자사 제품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깨닫고 진품을 나타내기 위해 마크 표시를 그리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이후 백마크 표기는 유럽의 다른 도자기 제조사로도 이어졌다.

백마크는 제조 회사에 따라, 심지어는 같은 회사라도 제조 시기에 따라 다르게 표기된다. 영국 민턴(Minton)의 경우 1891년부터 1912년 사이 제조된 제품에는 기본 인쇄 마크에 'England'란 단어가 새겨져 있지만 이후 1950년까지는 'Made in England'라는 문구가 종종 추가된다. 서 대표는 이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보통 오래된 도자기를 보면 예쁘다, 아름답다고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도자기마다, 심지어는 같은 제조 회사라도 시기에 따라 백마크 디자인이 다 달라요. 그런 새로운 정보들을 알아가는 게 정말 즐겁더라고요. 모르는 백마크는 알 때까지 찾아본다고 몇 달이 걸린 적도 있어요. 온·오프라인 서적을 모두 들여다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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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웰링턴 차이나 찻잔 세트. 그래픽=장수현기자
앤티크는 당대 최고의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예술품이다. 장인들은 시대마다 고유한 스타일을 창출했는데, 접시에 담긴 그림이 당시 중요한 사건이나 문화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인 로얄 코펜하겐(Royal Copenhagen)은 1888년부터 오늘날까지 매년 기념접시를 발행하고 있는데, 한 해 있었던 중요한 사건이나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접시 앞면에 쓰인 연도는 접시에 담긴 사실이 발생한 해를 의미한다. 그는 1919년 제조된 단네브로그(Dannebrog) 700주년 기념 접시로 설명했다. "하늘에는 덴마크 국기가 있고, 그 밑에는 군인들이 환호하며 기뻐하는 그림이죠. 1219년 십자군전쟁 때 하늘에서 십자가가 그려진 붉은색 깃발이 덴마크 진지로 내려오면서 덴마크 군대가 승리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 붉은색 깃발을 단네브로그라 해요. 그래서 덴마크에서는 이 붉은 깃발을 축복으로 여겨 국기로 정하게 됐어요. 그 일의 7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접시예요. 앤티크 도자기를 통해 역사적 사건도 엿볼 수 있는 거죠."

제조사에 따라 그 회사만의 고유한 패턴도 나타난다. 로얄 코펜하겐의 경우 독일 마이센에서 매각한 '블루 플루티드'가 있다. 중국의 청화백자를 참고해 디자인한 푸른 밀짚꽃 문양 패턴이다. 영국의 와일만(Wileman)과 쉘리(Shelley)는 굉장히 다양한 패턴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마리 패턴'이 유명하다. 18세기 초 영국이 고급 도자기를 만드는 비결을 알게 되자 일본 도자기의 스타일을 모방한 것이다. 이마리는 일본 아리타에서 만든 도자기를 수출하는 아리타 인근 항구 이름이다. 와일만과 쉘리는 19~20세기 화려한 금색으로 칠해진 붉은 주황색 장식과 함께 언더 글레이즈를 사용한 이마리 스타일로 화려한 패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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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희 대표의 자택. 세계 3대 앤티크 회사의 도자기를 비롯해 다양한 앤티크 도자기를 소장하고 있다.
이런 재미로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한 도자기들은 이제 셀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집을 장식하고 있다. 거실부터 주방, 방 안까지 다양한 회사, 여러 패턴의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세계 3대 도자기인 독일의 마이센, 헝가리의 헤렌드, 덴마크의 로얄 코펜하겐을 비롯해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자기를 구하는 방법이 어렵지 않았냐고 물으니 최근 국내에서도 앤티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간편한 방법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요즘은 판매 시스템이 잘돼 있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도 여러 앤티크 도자기 셀러들이 활동하고 계셔서 그분들을 통해 하나둘씩 구입했어요. 오프라인 매장도 꽤 있어요"라고 했다.

"정말 흥미롭죠.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저 혼자 알고 있는 게 아쉽더라고요." 서 대표는 그의 신간 '서운희의 앤틱(엔틱) 지식'과 '서운희의 앤틱(엔틱) 정보'를 펴낸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미 2021년 앤티크 도자기의 백마크에 관한 책을 발간했지만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을 느껴서다. 그는 "처음 펴낸 책에는 백마크에 관한 내용만 있었어요. 최근 앤티크 도자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보다 다양하게 쓰면 앤티크를 처음 접하는 분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어요. 좋은 건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라며 웃었다.

글=조현희기자·사진=도서출판 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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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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