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K팝 문화의 이면 '악플'(1) 압박과 악플에… 영혼까지 갉아먹힌 ☆들

  • 조현희
  • |
  • 입력 2024-05-03  |  수정 2024-05-03 08:28  |  발행일 2024-05-03 제11면
K팝 문화의 이면…'대상화'되는 아티스트

2024042901000988400041811
<게티이미지뱅크>그래픽=장수현기자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다. 대상에 따라 이성 간의 애정뿐만 아니라 우애, 모·부성애, 인류애, 조국애, 진리에 대한 사랑, 신에 대한 사랑 등 여러 가지 사랑이 있다. 기자 또한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지니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오늘 얘기하고 싶은 건 아티스트에 대한 사랑이다.

기자는 K팝 팬이다. 2PM, B1A4, 엑소, 레드벨벳, 지금은 NCT DREAM과 에스파까지. 여러 아이돌 가수를 '덕질'(무언가에 파고 드는 일) 했고, 하고 있다. 덕질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든 매혹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처음엔 아이돌을 왜 좋아하나 싶었다. 헛짓이라 생각했다. 자주 만나기도, 가수가 나를 기억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을 텐데. 뒷모습이 어떤지도 모르고, 잘 꾸며진 이미지에 속아 넘어가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감겨버렸다. '너무 멋지다.'

이후 오랜 기간 K팝을 덕질 하고 있지만 아티스트에 대한 팬들의 마음은 여전히 형용하기 어렵다. 동경이라 하기엔 부족하고 사랑이라 하기엔 조금 과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가장 가까운 감정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가까이서 관계를 형성하진 않지만 함께 행복을 나누고 가수를 응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랑은 단지 K팝 산업이 만들어낸 상품이라는 말로 환원할 수 없는 복잡한 대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단순히 구매자와 상품이 아닌 이상적인 관계로 본다.

하지만 이제 이런 사랑을 '좋은 것'만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몇몇 팬들은 자신의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과 지지를 표현하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과도한 잣대를 들이밀기 때문이다. 최근 수많은 논란과 사과가 반복됐다. 대표적으로 열애설이 공개된 모 아이돌이 이로 인한 자필 사과문을 올리는 일이 발생했다. 일부 팬들이 '배신 당했다'는 비난과 함께 돌아섰기 때문이다. 외신들도 이를 지적했다. 영국 BBC는 "한국과 일본의 팝스타들은 압박이 심한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신인의 연애는 물론 개인 휴대전화도 금지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었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연애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팬들에게 스캔들로 여겨지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일들은 아이돌 산업 구조가 얼마나 기형적이고 상호 의존적인지를 보여준다. 팬들은 가수에게 자신의 사랑을 투자한 만큼 아티스트도 그에 맞는 언행을 하기 바란다. 문제는 그런 바람이 지나친 요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범법적인 행위나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힘든 일은 충분히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이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동들도 '논란'이 되어 화살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들도 아이돌이기 전에 하나의 인격체다. 보이는 직업이기에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사적인 영역과 개인의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얼마 전 좋아하는 가수가 악플로 인한 불안 증세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K팝 산업이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팬덤 문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는 아티스트와 팬 간의 상호 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시작된다. 이런 노력이 함께 이뤄질 때 K팝 산업은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라면서 이번 위클리포유에선 K팝 문화의 이면에 대해 다룬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조현희 기자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