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어떻게 3억원을 뜯겼나?…개그맨 등 유명인 사칭 '투자 리딩방' 4개월간 피해액 1천200억원

  • 서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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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1 15:06  |  수정 2024-05-0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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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개그맨을 사칭해 주식 리딩방을 개설, 수억원대 금전을 갈취한 일당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천경찰청이 전국에서 취합한 고소장은 토대로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 금액은 15억원대로 확인됐다.

유명 개그맨이 3천억원을 갖고 있다며 '한우희'라는 매니저가 비상장주식 투자를 유도해 돈을 송금받는 방식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유명인 사칭을 포함한 '투자 리딩방' 불법행위 피해 건수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1천 건이 넘었으며 피해액은 1,200억원을 웃돌았다.

3억원을 사기당한 60대 승려 A씨의 사연을 보면, 개그맨 B씨가 주식 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들은 그는 B씨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했다.

인터넷 게시물 여러 개를 옮겨 다닌 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결됐고, 결국 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밴드'에도 가입했다. 단체대화방 이름은 '제2의2호 프로그램 777밴드'였다.

B씨의 매니저라는 '한우희' 는 50여명의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개그맨 B씨가 3천억원을 갖고 있다"라며 "회원님들이 투자하면 B씨 돈과 합쳐 비상장 주식을 한 주당 15만원에 살 수 있다"며 "1주일 뒤 상장시키면 주당 가격이 25만원을 넘는다"고 속였다.

A씨는 2월 5일 매니저가 카카오톡으로 따로 알려준 가상계좌로 3천만 원을 보냈다. 사흘 뒤 2천만원을 추가로 송금했고, 그의 주식 투자는 같은 달 말까지 이어졌다.

한 달 사이 투자금은 지인에게 빌린 2억3천만 원을 포함해 3억 원으로 늘었다. 그리고 며칠 뒤 매니저는 A씨 주식이 크게 올라 원금과 수익금을 합쳐 29억8천만 원이 됐다고 알렸다.

이에 A씨가 "원금과 수익금을 배당해 달라"고 하자 매니저는 태도가 돌변했다. "29억 원을 찾으려면 10%인 2억9천만 원을 계좌로 먼저 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제야 지인들에게 주식 투자 사실을 털어놓은 A씨는 유명인 사칭 투자 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뒤늦게 땅을 치며 경찰서를 찾았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한우희라는 매니저 이름도 가짜고 그가 보내준 사원증과 사업자등록증도 모두 위조한 것 같다"며 "'제발 좀 살려달라'고 부탁도 했는데…"라고 울먹였다.

'한우희' 매니저를 포함한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지난 3월부터 서울·인천·부산 등 전국 경찰서에 고소장 40여건이 잇따라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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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칭 리딩방 사건이 잇따르자 또 다른 피해자인 유명인들도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전국에서 피해자가 늘자 최근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를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하고 '한우희' 일당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한편,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유명인 사칭을 포함한 '투자 리딩방' 불법행위 피해 건수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1천 건이 넘었으며 피해액은 1천200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용덕기자 sydkj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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