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6명은 법에 명시된 '가족돌봄휴가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게티이미지뱅크 |
공공기관에 다니는 A씨는 지난해 7월 지체 장애 3급에 지병까지 앓고 있는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자,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사측은 "휴직이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A씨에게 휴직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A씨는 "사측으로부터 '간병인을 쓰라' '3급 장애인이 중한 장애인은 아니다' '아버지 나이가 90이 안돼 어렵다' 등의 답변을 받았다"며 "법에 보장하고 있는 휴직을 신청한 것 뿐인데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법에 명시된 '가족돌봄휴가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9%가 '가족돌봄휴가(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41%에 그쳤다.
가족돌봄휴가(휴직)는 근로자의 가족(조부모, 부모,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자녀 또는 손자녀)을 긴급하게 돌볼 필요가 있는 경우 신청하는 휴가(휴직)를 말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족돌봄휴가는 연 10일, 가족돌봄휴직은 연 90일을 사용할 수 있다. 사업주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신청을 받는 경우 휴가를 부여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법에 명시된 휴가지만 정작 현장에선 보장되지 않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일수록,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여성일수록 가족돌봄휴가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족돌봄휴가(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비정규직이 70.5%로 정규직(51.3%)보다 19.2%포인트 높았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이는 더 컸다. '가족돌봄휴가(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5인 미만 사업장이 72.1%인 반면 300인 이상은 41.6%, 공공기관은 38.2%에 불과했다.
성별 간 차이도 발생했다. '가족돌봄휴가(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답한 여성은 64.3%로 남성(55%)에 비해 9.3%포인트 높았다.
직장갑질119 김현근 노무사는 "가족돌봄휴직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활용이 어려운 현실은 '일과 삶, 일과 가정의 균형'에 대한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라며 "돌봄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제도의 실효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김태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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