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장궁병원 성형외과(미세재건) 쟈니 추이엥이 루 부교수가 24일 대구 W병원에서 말초 신경 재건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상완신경총은 목과 어깨 사이에 신경들이 모인 곳이다. 손상됐을 땐 상완신경총 손상, 흉곽출구증후군, 상지마비(팔 마비) 등의 질환을 겪게 된다. 특히 상완신경총은 장비보단 술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미세수술 중 가장 고난도다. 그래서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어려운 수술을 성공해도 금전적인 보상은 적지만, 의사들이 품는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다. 지난 24일 W병원에서 만난 대만 장궁병원 성형외과(미세재건) 쟈니 추이엥이 루 부교수는 상완신경총 손상 등 말초신경 질환 전문이다. 미국 워싱턴의대에서 임상 연구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상완신경총 손상 수술 및 안면 마비 재활 수술에서 광범위한 경험이 있다. 특히 올해 1년에 1명 특정 분야에서 제일 뛰어난 중견 의사를 뽑아 연수하는 미국 말초신경학회의 '트래블링 펠로'에 선발됐다.
기술에 의존 높은 상완신경총 손상
금전적 보상은 적지만 성취감 높아
말초신경학회 '트래블링 펠로'에 선발
올해 경주 합동 심포지엄서 강연 예정
혼자 아닌 협진해야 긍정적인 성과
사고 발생 후 6개월 골든타임 사수
▶어떻게 한국을 방문하게 됐나.
"우상현 W병원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찾게 됐다. 24일 W병원에서 '대만에서 세인트루이스에 이르기까지 배운 교훈'이란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25일엔 경주에서 열리는 '대한미세수술학회·대한수부외과학회·대한말초신경수술학회 2024 합동 심포지엄'에 참여했다. 심포지엄에선 국외 연사로 나서 '손가락 회복을 위한 자유 근육 이식 기능'과 '볼크만의 허혈성 수축의 후유증을 위한 운동'에 대한 경험을 설명했다. 27일에도 W병원에서 한 차례 더 강연에 나섰다."
▶대만 장궁병원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소개한다면.
"장궁병원 설립자는 선교사 사무엘 노오프다. 의사이기도 한 그는 병원 설립 초기 성형외과 중심으로 운영했는데,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현재 성형외과의 경우 화상 등 4개 팀 40명의 교수가 진료를 보고 있다. 병원 전체 규모는 10개 병원, 38개 치료센터에 총 3천458개의 병상이 있다. 매년 270만명의 외래와 입원·응급환자를 치료한다. 신경과 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진료 성과를 내고 있다. 4천명의 국제 펠로를 트레이닝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 미주에서도 수련을 받으러 온다."
▶전문 분야가 말초신경 재건 수술이다. 관심 갖게 된 계기는.
"대학병원 성형외과 규모는 대다수 나라가 작다. 반면 장궁병원은 처음부터 크게 시작한 덕분에 다른 분야 과와 협진이 원활하다. 이 때문에 각 분야 전문가를 많이 배출했다. 대만은 오토바이 사고 환자가 많다. 뼈 골절 등 대다수 질병과 질환은 의학이 발달하면서 명확하게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선 어떤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정립돼 있다. 하지만 상완신경총 손상은 다르다. 수술을 많이 하는 미국과 장궁병원에서도 어떤 걸 하면 가장 좋을지 모른다. 그래서 최고 결과물을 찾고자 지속해서 연구한다. 이러한 길을 걷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다. 상완신경총 손상 환자는 20대가 많다. 대다수가 순간적인 사고를 통해 한 팔을 잃는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다. 치료 과정에서 그들의 가족까지도 함께 치료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때 큰 보람을 느낀다."
▶장궁병원은 세계에서 상완신경총 손상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인가.
"1990년대부터 시작했다. 현재까지 성인은 2천500례, 아기 분만하다가 생기는 상완신경총 손상은 500례. 총 3천례 정도다. 외국에서 온 환자는 100례 수준이다. 외국 환자는 급성기 때 자국에서 치료하다 만성이 되면서 더는 치료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상완신경총 손상은 한 명의 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이 팀으로 움직여야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수술 경험이 많아야 하고, 세계 추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W병원 팀워크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기억에 남는 환자는.
"한 젊은 여학생이 오른팔 전체에 상완신경총 손상을 입었다. 이는 가장 심한 것이다. 어깨와 팔꿈치를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미세 신경 제거 등을 통해 팔꿈치와 손이 60% 정도까지 회복됐다. 우울감에 빠져있던 여학생은 웃음을 되찾았고, 수년 뒤 화가로 등단까지 했다. 가끔 직접 그린 그림을 내밀 땐 마음이 뭉클해진다."
▶말초신경재건 분야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뭔가.
"신경 수술 분야는 일관성이 없고, 예측하기도 어렵다. 70%의 성공률을 환자 10명 중 7~8명에게 만들어 내는 것이 신경 수술의 도전이다. 신경 수술은 골든 타임이 중요하다. 사고 발생 6달 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끼리 공유해야 한다. 신경 회복에는 과학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필요하면 동물 실험도 해봐야 한다. 신경 미세 재건 분야의 대가는 미국 수잔 매캐넌 교수, 대만 데이비드 총 교수 두 분이다. 세계적으로 신경 미세 재건 수술을 하면서 이룬 업적도 많지만, 이뤄야 할 목표도 많다. 현재 절단 환자에게만 활용됐던 인조 손을 상완신경총 손상에 적용하려는 실험을 미국 한 병원과 진행 중에 있다. 인조 손에 신경을 연결하는 방식인데, 곧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말초신경 재건 분야를 꿈꾸는 젊은 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 분야는 바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굉장히 어렵다. 돈도 많이 벌지도 못한다. 대신 시간이 갈수록 의사로서 가지는 성취감은 크다. 수술할 때 짧게는 8시간, 길게는 24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 하지만 환자는 성공한 수술로 인해 아주 작은 움직임이 생기고, 조금의 통증이 완화되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환자의 기능을 회복시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용기를 갖고 많은 이들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기술에 의존 높은 상완신경총 손상
금전적 보상은 적지만 성취감 높아
말초신경학회 '트래블링 펠로'에 선발
올해 경주 합동 심포지엄서 강연 예정
혼자 아닌 협진해야 긍정적인 성과
사고 발생 후 6개월 골든타임 사수
▶어떻게 한국을 방문하게 됐나.
"우상현 W병원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찾게 됐다. 24일 W병원에서 '대만에서 세인트루이스에 이르기까지 배운 교훈'이란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25일엔 경주에서 열리는 '대한미세수술학회·대한수부외과학회·대한말초신경수술학회 2024 합동 심포지엄'에 참여했다. 심포지엄에선 국외 연사로 나서 '손가락 회복을 위한 자유 근육 이식 기능'과 '볼크만의 허혈성 수축의 후유증을 위한 운동'에 대한 경험을 설명했다. 27일에도 W병원에서 한 차례 더 강연에 나섰다."
▶대만 장궁병원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소개한다면.
"장궁병원 설립자는 선교사 사무엘 노오프다. 의사이기도 한 그는 병원 설립 초기 성형외과 중심으로 운영했는데,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현재 성형외과의 경우 화상 등 4개 팀 40명의 교수가 진료를 보고 있다. 병원 전체 규모는 10개 병원, 38개 치료센터에 총 3천458개의 병상이 있다. 매년 270만명의 외래와 입원·응급환자를 치료한다. 신경과 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진료 성과를 내고 있다. 4천명의 국제 펠로를 트레이닝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 미주에서도 수련을 받으러 온다."
▶전문 분야가 말초신경 재건 수술이다. 관심 갖게 된 계기는.
"대학병원 성형외과 규모는 대다수 나라가 작다. 반면 장궁병원은 처음부터 크게 시작한 덕분에 다른 분야 과와 협진이 원활하다. 이 때문에 각 분야 전문가를 많이 배출했다. 대만은 오토바이 사고 환자가 많다. 뼈 골절 등 대다수 질병과 질환은 의학이 발달하면서 명확하게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선 어떤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정립돼 있다. 하지만 상완신경총 손상은 다르다. 수술을 많이 하는 미국과 장궁병원에서도 어떤 걸 하면 가장 좋을지 모른다. 그래서 최고 결과물을 찾고자 지속해서 연구한다. 이러한 길을 걷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다. 상완신경총 손상 환자는 20대가 많다. 대다수가 순간적인 사고를 통해 한 팔을 잃는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다. 치료 과정에서 그들의 가족까지도 함께 치료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때 큰 보람을 느낀다."
▶장궁병원은 세계에서 상완신경총 손상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인가.
"1990년대부터 시작했다. 현재까지 성인은 2천500례, 아기 분만하다가 생기는 상완신경총 손상은 500례. 총 3천례 정도다. 외국에서 온 환자는 100례 수준이다. 외국 환자는 급성기 때 자국에서 치료하다 만성이 되면서 더는 치료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상완신경총 손상은 한 명의 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이 팀으로 움직여야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수술 경험이 많아야 하고, 세계 추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W병원 팀워크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기억에 남는 환자는.
"한 젊은 여학생이 오른팔 전체에 상완신경총 손상을 입었다. 이는 가장 심한 것이다. 어깨와 팔꿈치를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미세 신경 제거 등을 통해 팔꿈치와 손이 60% 정도까지 회복됐다. 우울감에 빠져있던 여학생은 웃음을 되찾았고, 수년 뒤 화가로 등단까지 했다. 가끔 직접 그린 그림을 내밀 땐 마음이 뭉클해진다."
▶말초신경재건 분야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뭔가.
"신경 수술 분야는 일관성이 없고, 예측하기도 어렵다. 70%의 성공률을 환자 10명 중 7~8명에게 만들어 내는 것이 신경 수술의 도전이다. 신경 수술은 골든 타임이 중요하다. 사고 발생 6달 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끼리 공유해야 한다. 신경 회복에는 과학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필요하면 동물 실험도 해봐야 한다. 신경 미세 재건 분야의 대가는 미국 수잔 매캐넌 교수, 대만 데이비드 총 교수 두 분이다. 세계적으로 신경 미세 재건 수술을 하면서 이룬 업적도 많지만, 이뤄야 할 목표도 많다. 현재 절단 환자에게만 활용됐던 인조 손을 상완신경총 손상에 적용하려는 실험을 미국 한 병원과 진행 중에 있다. 인조 손에 신경을 연결하는 방식인데, 곧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말초신경 재건 분야를 꿈꾸는 젊은 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 분야는 바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굉장히 어렵다. 돈도 많이 벌지도 못한다. 대신 시간이 갈수록 의사로서 가지는 성취감은 크다. 수술할 때 짧게는 8시간, 길게는 24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 하지만 환자는 성공한 수술로 인해 아주 작은 움직임이 생기고, 조금의 통증이 완화되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환자의 기능을 회복시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용기를 갖고 많은 이들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