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서재] 행동하는 사상가 '레프 톨스토이'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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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07  |  수정 2024-06-07 08:12  |  발행일 2024-06-07 제13면
약자의 편에서 불평등한 세상에 맞선 러시아 대문호…삶과 죽음 등 깊은 통찰

[사람의 서재] 행동하는 사상가  레프 톨스토이
러시아의 대표 작가이자 사상가 레프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등을 집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의 서재] 행동하는 사상가  레프 톨스토이
톨스토이의 대표작 '안나 카레리나'. <민음사 제공>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리나)

어떤 글이든 첫 문장은 중요하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첫 문장에서 독자를 사로잡지 못하면 그 글은 결코 잘 쓴 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까지 몇십 년, 몇백 년이 지나도 꾸준히 읽히는 고전을 보면 모두 첫 문장이 간단명료하면서도 강렬하다.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도 그렇다.

톨스토이는 19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상가다. 1828년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시 낭송을 즐기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다. 큰형처럼 군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전쟁터에 가 낮에는 전투를, 밤에는 글쓰기를 했다. 초반에는 참혹한 전쟁의 모습에 대한 일기 형식의 글이 많았는데, 차츰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1852년 발표한 자전소설 '유년 시대'가 큰 화제가 되면서 러시아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대 불평등한 사회 제도에 비판적이었다. 약자들의 편에 선 사상가로도 열심히 활동했다. 1861년 러시아에서는 농노제가 폐지됐는데, 그는 그보다 수년 앞서 영지에서 똑같은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다. "이 백작이 쓰기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문학에는 진정한 농부가 없었다"고 훗날 레닌이 극찬했을 정도로 톨스토이는 농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품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전쟁과 평화'를 1869년에, '안나 카레리나'를 1877년에 완성해 명성을 얻었다. 이 두 작품은 러시아 문학 사상 불후의 대작들로 불리게 되며 현재까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은 빈곤이나 불평등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된다.

40대 후반은 그의 문학적 격변기였다. 정신적 고뇌와 방황 끝에 종교에 귀의하게 되면서 '참회록' '교회와 국가' 등을 발표했다. 현대의 기독교 대신 원시 그리스도교로 회귀해 간소한 생활을 유지하고 사랑으로 타인을 대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었다. 종교와 인생관, 육체와 정신, 죽음의 문제 등을 논했다.

1910년 아내와의 불화로 가출을 결심했다. 기차 여행 중에 감기에 걸렸고, 이는 폐렴으로 번졌다. 작은 간이역 역장 집을 빌려 몸져눕다 가출한 지 1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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