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소득불평등 개선? 과연 그런가?

  • 권 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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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07  |  수정 2024-06-07 07:04  |  발행일 2024-06-07 제26면
소득불평등이 개선됐다는

언론의 보도…과연 그런가?

하향평준화 표현이 더 정확

소득불평등은 숫자가 아닌

사회심리적 폭넓게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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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업 객원논설위원

지난달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 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천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2023년 1분기에 전년 대비 4.7%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금년 들어서 소득 증가세가 3% 이상 위축된 결과다. 거기다 실질소득은 1.6% 감소했다. 3% 수준의 1분기 소비자 물가상승률 때문에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5분위별 가구의 소득 양극화 지표를 살펴보면,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 월평균 소득은 115만7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한 반면, 5분위 가구(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천125만8천원으로 2.0% 감소했고, '5분위 배율'은 5.98배(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1분위 가구의 5.98배)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며 소득불평등 지표가 개선되었다. 이는 4개 분기 연속 개선 흐름으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우리나라 5분위 소득가구에는 대기업에 직장을 가진 근로자가 대거 포함되어 있는데, 대기업의 경영실적이 좋아지면 많은 성과급이 지급되고, 그 결과 1분위 가구에 대한 보완이 없다면 소득 불평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소득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는 대기업의 주요 경영성과인 수출액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하락했는데,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악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도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1분기 조사 기간 중 대기업 상여금이 감소했고, 1분위 가구에 대한 공적연금, 기초연금, 사회적 지원금 같은 정부 정책에 의한 공적 이전소득이 증가하면서 분배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지난 4개 분기간 5분위 소득이 1분위 소득보다 더 크게 줄거나 더 적게 늘어서 5분위 배율이 하락한 것으로, 소득분배가 개선됐다기보다는 하향 평준화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외에도 소득불평등 지표를 시야를 넓혀 신중하게 살펴야 할 이유는 많다. 소득불평등 지표가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고물가에 따른 교육비 지출 감소는 교육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고, 누적되었을 때 계층이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저소득층인 1분위와 2분위 가구에서 금년 1분기 교육비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4%, 19.7% 대폭 감소한 반면, 중·상위권인 3~5분위 내 가구당 교육비 지출은 25.9%까지 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계층상승에 교육의 영향이 큰 국가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2020∼2023년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청·장년층과 고소득층보다 높았다.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식료품 등 필수재의 소비 비중이 고령층과 저소득층일수록 컸기 때문이다. 2020년 한국금융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소득 1분위 가구는 체감 물가상승률이 1.16%로, 공식 지표인 0.54%의 2배 이상인 반면, 5분위 계층은 0.45%에 그쳤다. 이와 같이 저소득층은 가격변화에 더 민감하고 물가 상승에 더 큰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그리고 민주주의'(1942)에서 대중은 물질적인 궁핍함이 아닌 심리적인 박탈감으로 질투심과 분개심을 가지게 되고, 기업에 대한 적대감으로 결국 자본주의는 종말을 맞는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소득불평등은 중요하고 단순한 숫자가 아닌 사회·심리적으로 깊이 있고 폭넓게 다루어져야 할 체제의 어두운 그림자다.
권 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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