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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농작물 병충해 종합분석센터 농촌지도사들이 원심분리기로 바이러스 진단을 위한 핵산을 추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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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농업기술센터는 '현장 보급형 시험연구 스마트팜'을 구축해 올 1월부터 오이 6천주를 심어 생육 재배 시험연구를 시작했다. |
상주시에 가면 '콩 한 되를 볶아 한 알씩 먹으며 돌면 콩이 모자란다'는 말이 전해지는 큰 못이 있다. 상주시 공검면에 위치한 공검지는 1천400년 전에 축조되어 농업용수로 활용되었는데, 과거 규모가 둘레 약 13㎞, 면적이 약 1.9㎢로 추정되고 있다. 삼한 시대에 이처럼 큰 못은 농경 도시로서는 최고의 자산이었다. 그뿐인가. 상주는 온난한 기후에 농업용수도 풍부하고, 농토까지 비옥하여 영남지방 최대의 농경문화 중심지로서 위세를 떨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농업 분야의 판도가 달라졌다.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40년간 2.1℃ 상승했고, 작물 재배 지도가 바뀌었다. 예를 들면 사과, 복숭아, 감귤이 북상하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로 인한 농가 수익 감소 또한 당면한 과제가 되었다.
오랜 시간 농업 중심도시로서의 기반을 갖추어온 상주시는 제2의 '공검지' 역할을 할 정책들을 발빠르게 펼쳐왔다. 2001년 상주원예농협 유통단지를 시작으로 품목별 수출단지 19개소를 관리하는 안정된 수출 기반을 조성하고, 2017년에는 해외 홍보관을 운영해 차별화된 수출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상주시는 농가구 전국 4위, 농업인구 경북 2위, 농지면적 경북 1위, 시설 오이·배·한우·육계 경북 1위, 수출단지 지정 경북 1위의 성과를 거뒀다. 더불어 2023년 11월, 경북도청에서 개최된 '제28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농정 평가 최우수상' 기관 수상, '경북 농업인 대상' 친환경 부문, 농촌공동체 부문 등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상주시가 변화하는 농업 환경 속에서도 이처럼 엄지를 치켜들 만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는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 그것은 기후변화와 농업 환경 변화를 꿰뚫는 미래지향적인 감각에 있다.
관측소 5곳 추가·웹사이트 설치
이상기후 조기경보 서비스 제공
전국최대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청년인구 유입·농업혁신 '두 토끼'
교통요지 이점 활용한 물류시설과
道농업기술원도 2027년에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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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농작물 병충해 종합분석센터 농촌지도사가 병충해 진단을 위해 광학현미경으로 시료를 관찰하고 있다. |
◆기후 변화에 대비한 상주시의 미래농업 전략
2023년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 따르면 농업인과 도시민 각각 10명 중 8명 이상은 국가 경제에서 농업의 위상이 향후 더 중요해질 것으로 인식했다. '농업'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진 이슈는 '기후변화'와 '농산물 가격 안정'이다. 지난해 상주시와 상주시의회도 '기후변화' 문제에 함께 머리를 맞댔다.
상주시와 상주시의회의 정책 간담회에서는 '이상기후 대응 정밀 기상장비 및 서비스 구축'에 관한 협의가 진행되었다. 실제로 최근 기상 불안정과 기후변화에 대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지난해 4월에는 저온 피해 농가가 2천652호, 7월에는 호우 및 강풍 피해 농가 수가 54호에 이르렀다. 실제 올해 들어서도 전국적인 폭우로 인해 농가들은 긴장 상태에 있다. 상주시는 농작물 재해 조기대응 기반 구축을 위해 예산 5억5천만원을 들여 기상관측소 5개소 설치, 기상 및 병해충 정보관리를 위한 웹사이트 구축 등의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 설치된 기상관측소 9개소와 함께 새로 5개소를 설치하여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관측값으로 농업인들에게 조기경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상 기후 속에서도 농업을 유지할 수 있는 체감형 정책도 필요했다. 시설원예·축산 안정 생산 기반 구축이 그것인데, 양봉장 시설개선을 통한 '꿀벌자원 육성 품종 증식보급 시범사업', 경북농업기술원 특허 기술인 수직 재배 화분 등을 통한 '딸기 수직 재배 기술 보급 시범사업', 안개 분무 시스템·차광스크린을 도입한 '오이 시설 하우스 환경제어 개선 시범사업' 등도 진행 중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농업기술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이러한 스마트 농업 분야다. 상주시농업기술센터는 '현장 보급형 시험연구 스마트팜'을 구축해 올해 1월부터 오이 6천주를 심어 생육 재배 시험연구를 시작했는데, 지역 농민부터 농업 연구자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무엇보다 1천738억원을 투자해 상주시 사벌국면에 전국 최대 규모로 조성한 스마트팜 혁신 밸리는 '미래 농업 육성'과 '청년 인구 유입'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선진 사례가 되어 주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청년 농부들에게 청년창업 보육센터를 통한 스마트팜 교육, 임대형 스마트팜을 통한 창업 지원 등과 주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전체 수료생 중 52%가 창업농으로 농촌에 정착하고, 연간 청년 중위소득 대비 약 2.7배 수준의 소득 창출을 해내 그야말로 '혁신'의 이름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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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농작물 병충해 종합분석센터. |
◆'상주시 농산물종합물류 시설'로 농업 유통 중심지가 되다
상주는 경북 1위의 농산물 수출 지역이다. 특히 중부내륙, 당진 영덕, 상주 영천 간 고속도로를 통하면 전국을 2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이전되면 최대 수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 바로 상주다. 상주의 교통망을 통해 수출·입 농산물 유통 거점 도시로서의 성장까지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상주시는 '상주시 농산물 종합물류 시설' 건립을 준비 중이다. '함께 꾸는 경상의 꿈'이라는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한 상주비전 2040 종합발전계획에 시설 건립을 반영하였고 2022년 시 소재 공판장·도매시장 등과 업무 협약을 진행하였다. 내년에는 도매시장 참여법인, 중도매인 등을 모집한다. 총사업비 약 748억원을 들여 2027년 12월까지 준공 및 개장을 목표로 하는 상주시 농산물 종합물류 시설은 9만1천36㎡ 규모로 도매시장, 농산물 상품화시설, 저온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보통신 기술 구축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스마트 유통 체계를 접목하여 농산물 유통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경북농업의 중추 기관, '경북도농업기술원'이 상주로 온다
스마트팜 메카로 미래 농업기술과 활용 인프라를 갖춘 상주가 스마트 유통 시스템까지 갖추게 되면 미래농업 도시로 나아가는 트라이앵글이 완성된다. 여기에 더불어 상주의 내일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소식이 있다. 농업 연구의 중추 기관인 '경북도농업기술원'이 상주 이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농업기술원'은 농업의 신품종 육성과 기술개발, 전문 농업인 양성, 신기술 보급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이 기관이 상주에 온다는 것은 상주가 농업기술 개발 및 보급의 중심지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북도농업기술원의 현 청사는 1970년 9월에 이전된 후 채소재배 유리온실, 식물 유전자원센터, 농업교육관 등의 몇 개 시설을 제외하고 설치된 지 35년 이상 지나 현대화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농업기술의 메카가 될 수 있는 최적의 후보지를 찾는 작업이 착수됐다.
'경북도농업기술원' 이전 예정지는 기후변화 및 도시화로 인해 농업용수, 대기오염 등의 환경 변화에 민감한 연구단지의 특성상 환경자원 이용이 용이하고, 농업환경 수준이 높은 지역이어야 했다. 정확한 기술이전 및 농업교육도 가능해야 한다. 2017년 6월29일 경북도농업기술원 청사 이전 심사위원회는 최종 이전지로 '상주시'를 선택했다. 새 경북농업기술원은 총사업비 2천741억원의 예산으로 상주시 사벌국면의 삼덕·화달리 일원 부지면적 96만9천387㎡, 건축 전체면적 4만462㎡ 규모로 본관동과 27개 부속시설을 갖추게 된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4월 착공에 들어갔다.
주요시설로는 본관 사무동과 회의실, 복지관 등의 지원시설과 농업 연구와 신기술 지원이 이루어질 연구시설, 농업 교육 시설, 과수, 밭작물, 논 등의 노지 포장과 시설 포장을 맡는 포장 시설, 휴식 공간 등의 기반 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경북도농업기술원은 상주 인원이 400여 명에 이르고, 연간 900억 원의 예산을 활용하는 만큼 상주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기술 및 유통의 인프라에 스마트팜 혁신밸리, 경북도농업기술원까지 자리하게 되면서 상주는 미래 농업의 원스톱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지역 농업인뿐만 아니라 귀농귀촌인들과 청년 농업인들에게도 기회의 도시가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구현의 꿈 그리고 미래 농업 도시 상주의 희망이 기름진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글=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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