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 관장이 개관전 '여세동보 (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대구간송미술관이 오는 9월3일부터 12월1일까지 열리는 개관전 '여세동보 (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를 통해 소장 문화유산을 선보인다. 대구미술관과 인접한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으로 대구는 근현대와 고전을 아우르는 시각예술 클러스터 조성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영남일보는 지난 2일 전인건 초대 대구간송미술관장을 만나 미술관 개관 소감 및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전 관장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팔공산을 가리키며 "대구에서 간송미술관을 열어 감회가 남다르다. 팔공산에서 고려 태조 왕건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전이갑·전의갑 장군이 저의 선조"라며 대구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대구간송미술관 관장으로서 미술관 개관 소감은.
"(대구시민들이)대구간송미술관 개관까지 오래 기다리셨다. 저희 입장에서도 개관까지 10여 년 정도 결렸으니 감회가 새롭다. 개관 준비과정에서 대구시의 협조 등에 대해 감사드린다. 2016년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시민공청회 때부터 대구시민분들이 보여주셨던 지지와 열정 덕분에 무사히 개관을 맞게 돼 울컥한 느낌이 든다."
▶이번 개관전(가칭 간송 국보·보물전)은 신윤복의 '미인도'와 '훈민정음 해례본'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대거 선보여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개관전에서 특별히 눈여겨 봐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전시 부분에서는 미인도와 훈민정음 해례본이 공교롭게도 새로운 형태의 설치 형태로 관람객들을 맞기에 집중적 관심을 받을 것이다. 미인도의 경우 관람객이 문화유산 사이에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관람)시간을 배분하거나 보완해 개인적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경우 '한글'이 국민 모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처럼 문맹률이 낮은 나라가 없다. 모든 분들이 한글에 대한 추억 등 여러 생각이 있을 텐데 한글에 대한 경험을 이러한 풀어낸 미디어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해당 작품에는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참여했는데, 우리 모두가 경험한 한글에 대한 고마움과 경험을 풀어내고 그 가치를 공유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고려청자 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너무나 다양한 우리나라 대표 유산들을 만날 수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시로 마련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서 수많은 소장품을 보유한 간송미술관이 상설전시장 입지로 대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2013년 간송미술관이 간송미술문화재단 체제로 전환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목표를 잡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지역거점 조성이었다. 당시 간송미술관이 봄과 가을에만 전시를 하다 보니 비수도권에서 관람하기 힘들었다. 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해 중·남부권 거점 확보를 검토하던 중 간송미술관 후원회 구성원 중 한 분이 대구를 추천하셨고, 대구시에서도 제안이 들어왔다. 타 지역과 비교했을 때 가장 적합한 곳이 대구였다. 여기에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과 3·1운동 과정에서 주축을 담당한 지역으로, 독립유공자를 모신 국립신암선열공원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대구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과 대구국제아트페어(Diaf)가 열리는 등 문화적 소양과 기반이 튼튼한 곳이어서 매력적인 도시로 다가왔다. 유림 등에서 비롯된 전통과 역사가 깊은 곳이 대구경북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과거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구간송미술관 운영 방향을 전시, 교육, 보수복원 세 축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동안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국내 및 세계 유수의 미술관·박물관 등과의 교류를 통해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구시민을 위한 좋은 전시를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교육의 경우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추진 과정에서 대구시교육청 및 경북도교육청과 협의를 해 왔다. 어린 시절부터 문화를 향유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지역 학교와 협업해 학생들이 문화향유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대구간송미술관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보수복원은 대구경북의 유림 등에서 비롯된 지류유물(紙類遺物)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지류유물 보관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영남지역 경우 서화류 유산만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 없는데 대구간송미술관이 이러한 유산을 보수·보존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전시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 관장이 미술관 입구의 나무기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최근 지역 교육 관계자와 논의했던 부분이 있다. 문화유산 전시의 경우 관람 중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도슨트다. 특히 어린이 도슨트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본인의 관점에서 문화유산에 대해 설명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그것이 퍼져나가는 형태가 됐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성인이나 은퇴한 시니어 분들에게 교육을 제공해 문화유산을 대하고 감상하는 마음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개관 준비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일일이 성함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하기까지 대구시를 비롯해 지역 곳곳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았다. 특히 무한한 열정으로 개관을 준비해온 대구간송미술관 준비사업단의 노력에 대해 감사한다. 그동안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을 위해 대구를 자주 방문하면서 지역의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이 대구간송미술관에 보여주신 관심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일제강점기 당시 사비를 털어 우리 문화재를 수집·보존·연구한 간송 전형필 선생의 손자다. 할아버지의 업적과 더불어 간송미술관의 문화보국(文化保國,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 정신에 대해 설명해 주셨으면 한다.
"간송(할아버지)께서는 그의 스승인 오세창 선생님께서 주창하신 '문화보국'의 이념과 정신을 실천하신 분이다. 문화보국은 문화로 나라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문화보국은 정말 중요했는데 이는 반드시 광복을 맞을 것이란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제에 의해 훼손·왜곡·파괴된 민족문화를 다시 되살리는 것을 간송 본인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문화유산은 그것이 만들어진 당시의 시대정신과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담긴 증거품이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역량을 갖춘다면 민족정신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이러한 행동의 배경이 됐다. 지금의 문화보국은 광복 당시와는 다르다. 현재 간송미술관의 문화보국은 우리 민족의 유전자가 담긴 문화유산을 통해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으로 대구는 근현대와 고전을 아우르는 시각예술 클러스터 조성에 한 발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간송미술관 전경.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서울 간송미술관의 경우 '보화각'이라는 건물 자체가 오래된 데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이어서 긴 전시는 힘들다. 반면, 대구간송미술관의 경우 대중적 공간으로 더 많은 분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서울 간송미술관과 대구간송미술관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협업하고, 두 곳의 성격을 최대한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전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매우 크다. 대구간송미술관을 방문할 관람객 및 대구경북 지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문화 향유에는 어느 정도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개관전에는 훌륭한 문화유산들을 선보이는데, 관람객들이 전시작 중 자신의 마음에 드는 문화유산을 마음에 품고 그 문화유산과 깊은 마음의 교류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 하겠지만, 전시 문화유산 중 하나를 집에 가져갈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며 한 작품을 선택한다면 더 재미있게 개관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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