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부모 불안심리 자극해 돈 버는 초등 의대반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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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19  |  수정 2024-08-19 06:59  |  발행일 2024-08-19 제23면

이른바 '초등 의대반'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는 초등생부터 의대 진학을 목표로 중·고교 과목을 선행해 가르치는 사설학원 강좌를 일컫는다. 최근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 의대반 홍보물 게시가 확인된 학원은 전국 89곳으로 서울(28곳)·경기(20곳) 순으로 많았다. 비수도권에선 대구가 10곳(수성구 3·달서구 2·북구 5곳)으로 가장 많았다. 경북은 포항에서 1곳이 발견됐다. 조기 선행 사교육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이를 막을 법률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의대 증원 확정 이후 대학 재학생은 물론 직장인까지 의대 도전에 나서며 올해 사상 유례없는 사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이같은 열풍에 일찌감치 초등생까지 뛰어들었으니 '의대 망국병'이라는 말이 나오고도 남는다. 이 지경에 이르기까진 사설 학원의 '묻지마 마케팅'이 한몫한다.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교묘히 자극하는 것이다. 초등 때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의대 진학이 어렵다는 논리다. 초등생에게 고교 미적분을 가르친다는 게 상식적으로 통할 말인가. 영재에게도 권할 일이 못된다. 십중팔구 '공부에 대한 회의(懷疑)'로 귀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27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도 별무소용이다. 오히려 초등 의대반 같은 사교육을 부추기는 작태는 갈수록 기승을 부린다. 이를 막지 못하면 교육 양극화 해소도 불가능하다. 근본 해법은 공교육을 살리는 길밖에 없다. 멀고도 힘든 일이지만 정부는 획기적 공교육 발전 정책을 펴야 한다. 아울러 학원가도 규제와 단속 이전에 스스로 자정 노력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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