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 전경. 역사적인 군사 요충지이자 호국의 도시 상주가 최근 군부대 통합 이전으로 밀리터리타운 형태의 복합 군사기지 탄생을 예고한 '대구 군부대 이전 사업'의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상주시 제공〉 |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시대의 막을 내리고 최초로 한반도 일대를 통합한 신라. 신라가 통일 신라로 천년 국가를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가 바로 상주시에 있다. 상주시 모동면 수봉리에 가면 삼국시대 성곽인 '금돌성(今突城)'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금돌성이 신라가 백제를 제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다. 약 6세기경 신라는 삼국통일의 꿈을 안고 백두대간을 넘어 백제를 제압하기 위해 상주 백화산에 금돌성을 쌓아 공격의 거점을 마련했다. 신라의 태종무열왕은 삼국통일을 위한 주요 전투마다 이곳 금돌성에 머물며 전세를 지켜보았다. 금돌성은 고구려·백제·신라의 세력이 서로 맞닿는 곳으로 그야말로 최대의 전진기지였다. 신라가 백제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를 기점으로 한반도의 세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상주의 지리적 역할이 컸다.
상주는 낙동강을 낀 교통의 요지이자 충청도와도 접경지역이기 때문에 과거부터 지역 간의 교류와 소통이 원활했고, 전후방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던 곳이다.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6·25전쟁 당시에도 상주는 충청북도 괴산과 연결되는 상주 북부의 교통 중심지인 '화령장 전투'를 통해 국군 최초의 승리를 거머쥐기도 했다. '화령장 전투'로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을 벌게 되면서 남하하며 내려오던 북한군의 기세가 꺾이고 전쟁의 판세는 바뀌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 온 군사 요충지 상주가 최근 활력을 띠고 있다. 군부대 통합 이전으로 밀리터리타운 형태의 복합 군사기지 탄생을 예고한 '대구 군부대 이전 사업'의 후보지로서 그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군부대 이전 범시민유치위 발족
민·관 적극 소통 경제부흥 염원 결집
전국 대부분 지역 2시간대 이동 가능
인근 군사시설 연계 접근성도 뛰어나
상주시 금요회원들이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대구 군부대 유치'를 희망하고, 새로운 내일로 나아가겠다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상주시 제공〉 |
◆대구 군부대 이전, 상주가 딱이軍!
대구시는 대구 공군기지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으로 옮기겠다는 결정을 시작으로 2022년 대구 도심에 있는 군부대들을 주변 지역으로 통합 이전해 '민군 상생 복합타운'을 건설하겠다는 '대구 군부대 이전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단순한 군부대 이전이 아니라 이전할 지역에 주택과 병원, 학교를 함께 지어 주거·교육·문화·복지 시설을 갖춘 밀리터리타운 형태의 새로운 정주 여건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전할 부대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제50보병사단·제5군수지원사령부·공군 방공포병학교·제1미사일여단·국군병원 등이며, 군부대가 이전할 도시에는 군 인력과 다양한 부대시설이 들어서면서 지역 소멸 문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군인과 군인 가족을 포함해 1천600여 세대, 6천여 명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 소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교육·산업·정주 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상주시는 군사적 요충지였던 상주의 역사와 우수한 지리적 요건을 바탕으로 군부대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2022년 10월, 대구시에 군부대 이전 후보지 제안서를 제출하고, 보훈·교육·문화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범시민 유치 추진위원회도 발족했다. 무엇보다 주민 수용성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만남과 토론을 주기적으로 이어갔다.
상주시가 군부대 이전 사업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상주시 제공〉 |
최종 후보지 선정은 1단계로 국방부가 '임무 수행 가능성과 정주 환경'을 평가하고, 2단계로 대구시가 '주민 수용성과 사업성'을 평가하여 결정된다. 상주시는 연원동, 외서면 일원 10.13㎢(306만 평)에 국군부대를, 낙양동과 연원동 일원 0.26㎢(8만 평)에 민군 상생 복합타운을 후보 부지로 제출하고, 지난 5월28일 군사시설의 보호와 군사작전에 미치는 영향 및 해소 대책을 검토하는 '작전성 검토'를 위한 현장 평가를 받았다. 이후 군부대에서 요구한 약 10.41㎢(315만 평)의 제2작전사령부 야외 훈련장 부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 끝에 화서면과 외서면 일원을 검토 부지로 요청한 상태다. 가칭 '무열 과학화 종합 훈련장'이라고도 불리는데, 기능 전술훈련과 박격포 등 공용화기 사격이 가능한 종합 훈련장으로 소음·안전 등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완충 지역을 포함한 면적이다. 9월에 제2작전사령부 야외 훈련장 부지 현장 실사가 진행되고 나면, 2024년 이내에 최종 후보지가 선정될 예정이다.
상주시는 시·군 중 여섯 번째로 면적이 크고, 전국 대부분 지역을 2시간대에 접근할 수 있는 국토 중심부에 있어 지정학적으로도 군사시설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인근 지역에 있는 문경시 국군체육부대,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 영동군 육군종합행정학교 등의 군사시설 연계 접근성도 뛰어나다. 특히 2022년 11월 중·남부 내륙철도 단절 구간인 문경-상주-김천 구간 건설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통과되면서 군사시설이 상주로 이전할 경우 문경, 김천 등 인접 도시에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미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군부대 유치의 최적 조건뿐만 아니라 상주시는 군부대 유치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가 높다는 장점도 갖췄다. 이는 상주시가 군부대 유치 사업 과정에서 주민의 의견을 최우선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대구 군부대 이전 사업 주민설명회'를 통해 상주시 곳곳에서 주민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구 군부대 이전 사업 추진 현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때문에 군부대 유치에 대한 희망과 염원이 한마음으로 모이고 있다.
◆상주시가 꿈꾸는 내일의 모습
주민 소통의 과정에서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군부대가 이전하면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인가'이다. 실제로 군부대 이전 후 조용했던 거리가 활력으로 채워진 한 지역의 사례가 있다. 제35보병사단이 이전한 임실군의 예다. 전주시에 있던 육군 제35보병사단이 임실군으로 이전한 것은 2014년으로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는데, 당시 군인 2천여 명이 유입되면서 한적했던 임실읍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카페나 편의시설 같은 다양한 상점들이 자생적으로 생겼고, 지역의 상권이 살아났다. 장병들의 소비 촉진에 따른 지역경제 효과는 연간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연간 15억원의 지방세 수입도 확보됐다. 특히 임실군은 군부대 장병들과 상생협력 모범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제35보병사단은 지난 10년간 농번기 일손 지원과 수해 봉사활동, 겨울철 제설 작업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지원했고, 임실군도 제35보병사단의 외출 장병들에게 수송 버스와 임실 사랑 상품권·이발비 등을 제공해 서로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임실군은 임실고등학교 앞쪽에 200세대 군무원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활력을 추가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대구 군부대 유치는 어느 정도의 기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군부대 통합 이전을 통해 유입되는 군인과 군인 가족은 6천여 명, 부대 건설 중에 발생할 경제 효과는 약 7조 6천억원, 더불어 3만1천800명의 고용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부대 이전 후에는 면회객 및 군 장병의 소비로 연 1천억원 이상의 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넓게는 민군 상생 복합타운 조성에 따른 도시 발전과 지역 농축산물 군부대 납품을 통한 농가 소득 증대, 방산 기업 및 연구기관 유치 등으로 방위산업 육성 등의 기대효과까지 내다볼 수 있다.
이에 상주시는 부지 확보에서부터 조성, 부대 이전까지 원스톱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교육·의료·관광·문화·산업·일자리까지 상주에서 가능하도록 미래지향적인 도시를 구상한다는 계획이다. 상주는 '교육발전특구' '공간혁신구역' '기회발전특구' 등으로 선정되면서 상주시 전체의 혁신적 변화의 포문이 열린 상태여서 개발의 시너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상주시는 지난 8월 23일 상주시립도서관에서 관내 기관·단체장 50여 명이 모여 '대구 군부대 이전 사업'을 주제로 긴급 현안 회의를 진행하고, 다시 한번 군부대 유치의 의지를 다졌다. 상주시가 주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며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대구 군부대 유치'를 희망하고, 새로운 내일로 나아가겠다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역사적인 군사 요충지이자 호국의 도시 상주가 또 한번의 군사적 요지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되고 있다.
글=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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