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구 지하도상가 변화의 바람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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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05  |  수정 2024-09-05 06:59  |  발행일 2024-09-05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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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영기자〈사회부〉

도시가 발전할수록 지상의 공간은 부족해진다. 때문에 자연스레 지하 공간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 상당수 지하 공간은 도시철도와 연계해 시민들이 쇼핑하거나, 휴식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다.

대구에도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지하상가가 있다. 반월당 지하상가가 대표적이다. 중구 동성로와 인접한 이곳은 다양한 의류, 잡화, 먹거리로 가득해 일찌감치 대구시민들 사이에서 '만남의 광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두류 지하상가 역시 광장코아, 두류먹거리타운 등과 함께 '젊음의 거리'로서 대구에서 중요한 상권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 반월당·봉산·두류 지하도 상가가 내년부터는 달라진 모습으로 시민들과 만난다. 20년 전 대구도시철도 2호선 건설 당시 무상사용·수익 허가 조건으로 기부채납된 이들 지하상가의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권을 갖고 있는 시행사가 지난해부터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하면서, 대구시는 내년 1~3월쯤 이들 지하상가의 관리·운영권을 인수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지하상가 운영·관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대구시는 전문성 등의 이유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위탁을 결정하고, 일반 경쟁입찰 도입, 실제 영업자와의 수의계약 허용, 불법 전대 전면 금지 등의 과정을 추진하면서 앞으로의 지하상가를 그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상인·수분양자의 영업권과 권리금 인정 등 민감한 사안도 함께 맞닥뜨렸다. 상인·수분양자가 지하상가에서 영업을 계속하려면 새로운 관리·운영권자인 공단과 임대차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한다. 지하상가는 공유재산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수의계약 자체가 불법으로 여겨진다. 대구시 추진방안대로라면 그간 상인·수분양자가 투자·관리해온 영업권과 권리금이 송두리째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수분양자·상인들은 대구시의 행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 반월당·봉산·두류 지하도 상가 상인 및 수분양자 100여 명은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꾸려 대구시의회 방문·대구시에 피켓 시위 등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진행 중이다.

현재 지하상가의 잔여 계약 기간은 불과 5개월 안팎이다. 지자체가 일방 경쟁입찰 후 지하상가에 입점할 업체를 선정하기엔 촉박한 시간이다. 그런데 아직도 대구시와 수분양자·상인들과의 갈등은 숙지거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간 대구와 동고동락했던 지하상가가 갈등으로 얼룩진 채 형성되는 것을 바라는 시민은 아무도 없다. 대구시가 지하상가의 관리·운영권을 가지더라도, 결국 이 공간을 채우는 것은 대구시민과 상인이라는 점을 명심해 지하상가 운영·관리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이남영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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