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주는 매력에 빠져 산으로 떠난 남자의 이야기 '산이 부른다' <슈차 픽처스 제공> |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향하는 일탈을 꿈꾼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사무실 책상 앞에서 그리고 긴 하루를 마치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에서 무작정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때 대개의 사람들은 잠깐의 상념으로 그치고 말겠지만 영화 '산이 부른다'의 주인공 피에르는 정말로 생각을 쫓아 몸이 움직였다. 엔지니어로 출장업무를 수행중이던 그는 창밖의 눈내린 알프스를 바라보며 시선을 떼지 못한다. 눈덮힌 알프스 설산은 피에르의 잠자던 욕망에 불을 당긴다. 산이 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그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기로 한다. 중요한 미팅을 대충 끝내버리고, 마치 산으로 가야하는 운명인 것처럼, 그길로 산행장비를 사서 설산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영화는 몽블랑을 오르는 피에르가 만나는 대자연과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되어가는 모습, 그리고 자연에 다가갈 수록 점점 더 깊어지는 피에르의 내면을 스펙터클한 화면과 함께 보여준다. 몽블랑은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이자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 봉우리다.
영화는 대개의 산악영화와 비슷한 듯 다른 영화이기도 하다. 산이 주는 매력에 빠져 산으로 떠난 남자와 어우러진 대자연의 풍경이 익숙하다. 하지만 보통의 산악영화에서는 쉽게 시도되지 않은 판타지적 요소와 산 위에서 펼쳐지는 로맨스까지 다양한 요소가 흥미를 자극한다.
토마스 살바도르는 감독이면서 배우로 영화에 직접 출연했다. 사실 영화의 기획단계선 감독이 십대 때부터 존경했던 산악인 파트리크 베로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만들 예정이었지만 불행하게도 첫 미팅을 앞둔 상태에서 베로가 산에서 사망하면서 현재의 내용으로 수정됐다는 후문이다. 살바도르는 이 영화에서 가능한 인위적 편집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담았다. 피에르가 얼음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 등에서도 첨단 CG의 힘을 빌리기 보다는 실리콘, 플렉시 글라스, 초음파 젤을 섞어 사용하는 등 자연스러운 특수효과의 느낌을 살렸다.
살바도르 감독은 "관객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산을 보고, 오묘한 변화의 과정을 느껴보기를 바랬다. 빛의 다양함과 바람의 격렬함을 지각하고, 구름 속에 파묻힌다는 게 어떤 건지 느낄 수 있기를 원했다. 내게는 이런 리얼리즘 즉, 다큐멘터리적 측면이 매우 중요했다"라고 강조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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