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 30대 청년이 전하는 헌책의 가치…대구 중구 헌책방 '북셀러'

  • 조현희
  • |
  • 입력 2024-10-04  |  수정 2024-10-05 18:58  |  발행일 2024-10-04 제20면
초판본·블라인드북 찾는 재미 '쏠쏠'

[지금 이곳] 30대 청년이 전하는 헌책의 가치…대구 중구 헌책방 북셀러

[지금 이곳] 30대 청년이 전하는 헌책의 가치…대구 중구 헌책방 북셀러
헌책방이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중고서적은 더욱 찾지 않아 운영이 어렵다고 한다. 과거 헌책방이 모여 있던 대구 남산동 골목도 '헌책방 골목'의 이미지가 옅어지고 있다. 이제 몇 곳 남지 않아서다. 이런 상황에 지난해 30대의 젊은 청년이 김광석거리에 작은 헌책방을 열었다.

이곳은 대구 중구 방천시장 입구에 위치한 '북셀러'. 오래돼 보이는 건물과 멋스러운 간판으로 유럽의 책방이 연상된다. 입구 벽면에 붙어 있는 김수영 시인의 책이 눈에 띈다. 아담한 가게 안에 들어서면 헌책을 비롯해 오래된 물건들이 손님을 반긴다. 타자기, 옛날 선풍기, LP 등이 진열돼 있다. 어딘가 '힙'한 느낌이 든다.

북셀러의 책방지기는 문헌학을 공부하는 작가 '호재'(필명)씨다. 문학의 좋은 재료가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라고 한다. 문학에 대한 책방지기의 애정으로 시작된 책방은 그 의도에 걸맞게 문학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김수영, 백석, 황지우, 이범선 등 한국문학 거장들의 책은 물론 프란츠 카프카, 알베르 카뮈,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 외국 작가들의 오래된 서적까지 가득하다. 몇몇 책 옆엔 책방지기의 코멘트가 담긴 메모지도 붙어 있다.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많은 책들 중 무슨 책을 꺼낼지 고민하고 있으면 호재씨가 취향에 맞는 책을 친절하게 추천해주기도 한다.

특히 재밌는 건 문학 서적 초판본을 모아 판매한다는 점이다. 초판본은 그 자체로 희소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기자도 황지우의 시집을 찾았더니 하나 남은 초판본을 구매할 수 있었다.

초판본을 누구의 책인지 알 수 없게 봉투에 넣고 그 속의 문장 한 구절과 함께 진열해 판매하는 '블라인드 북'도 재미있다. 오로지 뇌리에 꽂힌 문장 한 구절만으로 책을 선택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래돼서 더욱 가치 있고, 오래돼서 더욱 흥미로운 것이 있다. 헌책이 그렇다. 북셀러는 그런 헌책의 매력을 더욱 잘 전달한다. 책뿐만 아니라 핸드드립 커피도 판매하니 책방 한 쪽에 구비된 작은 테이블에서 커피와 독서를 함께 즐겨도 좋다. 오로지 헌책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만끽할 수 있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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