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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대구점 출입문 앞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 안내판이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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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대구점 1층에는 노벨문학상 축하 안내판과 함께 한강 작가의 도서가 일시 품절되었다는 메모판이 놓여있다. |
'한강 신드롬'이 주말까지 계속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동시에 소설가 한강의 책이 조기 품절된 가운데, 대구의 대형서점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남산동 헌책방에도 '오픈런'은 물론 전화 문의가 쇄도하고, 도서관은 일찌감치 대출이 마감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후 맞이한 첫 주말인 12일 오후 교보문고 대구점, 출입문 입구에 들어서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내부에는 또 다른 축하 안내판과 '한강 작가의 도서가 일시품절 되었다'는 문구가 적힌 메모판이 놓여있었다. 일부 고객들은 일시품절 문구를 확인했음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원들에게 책을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교보문고 문학코너 담당자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금요일 아침부터 오픈런이 이어지며 재고 물량 30여 권이 순식간에 완판됐다. 토요일 아침에도 문을 열기 전부터 고객들이 찾았고, 품절 소식을 듣지 못했거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장을 찾는 고객이 주말 내내 줄을 이었다. 하루 평균 100여 통의 전화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주문이 익숙하지 못한 어르신들이 많이 찾고 있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기 아쉬웠는지 금·토요일 이틀 만에 150부를 현장에서 예약받았다. 정확한 시기는 확정할 수 없지만 빠르면 이번 주나 다음 주에는 물량이 들어와 정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풍문고 대구역 롯데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재고로 남아있던 30~40권이 반나절 만에 모두 팔렸다. 주말에도 계속 고객들이 서점을 찾고 있지만 양해를 구하고 있다. 업무에 지장이 있을 만큼 전화 문의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물량을 확보하려고 하지만 구할 방법이 없어 현재까지는 계획조차 세우기 힘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대형서점뿐만 아니라 헌책방에도 한강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중구 남산동 헌책방 거리에 자리한 코스모스북에는 주말까지 책을 구하려는 발길과 전화 문의가 이어졌다.
코스모스북 배삼용 대표는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데,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아침에는 20여 명이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재고가 10권 정도밖에 없어서 10명 정도는 빈손으로 돌아갔다. 주말 내내 책을 구하려는 손님들이 찾고 있으며, 전화 문의도 하루 평균 20통 이상 오고 있다"고 했다.
알라딘중고서점 대구동성로점도 남아있던 10여 권이 조기 품절 됐지만 고객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알라딘 관계자는 "중고서적을 팔려는 고객이 있어야 매입해서 다시 판매를 하는데, 수상 소식 이후 입고물량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도서관에서도 한강 책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범어, 용학, 고산 등 수성구립도서관(작은 도서관 포함)의 경우 한강의 책이 수상 소식 직후 모두 대출이 완료돼 현재는 예약신청만 가능하다.
최창익 범어도서관 관장은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오전에 모든 서적이 대출됐다. 추가로 책을 구매해 대출 권수를 늘리려고 했지만 구할 방법이 없다. 나중에라도 책을 더 구매해 구민들에게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강 신드롬에 힘입어 서점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교보문고 대구점 관계자는 "서점은 10~11월이 비수기인데,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첫 주말 매장을 찾은 고객이 전주보다 20~30% 늘었다. 독서 열풍으로 이어지면서 출판시장이 활성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13일 교보문고와 예스24에 따르면 한강의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후 이날 오후 2시까지 53만 부가량 판매됐다. 역대 가장 빠른 속도다. 예약주문이 계속 들어와 최단기간 100만 부 판매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한강의 책으로 도배됐다. 13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10권에는 한강의 책이 독식 중이다. 예스 24도 상위 9권이 한강의 책으로 랭크됐다.
글·사진=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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