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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기자들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머물며 전쟁현장의 참혹함을 촬영한 다큐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지리하게 이어지고 있다. 처음 전쟁이 발발했을 때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북한군마저 러시아군으로 합류하면서 한반도 전역에까지 이상한 기운을 드리우고 있다.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전쟁의 최전선에서 오직 진실을 향해 생사를 건 모험을 한 기자들의 기록이다. AP통신 취재팀은 2022년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거대한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유일하게 20일간 잔류했다.
취재진이 참혹한 전쟁의 현장을 기록한 과정은 놀랍고, 사뭇 존경스럽다.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이 이어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기자들은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일부는 목숨을 걸고 하드 드라이브 및 파일들을 자동차 좌석 아래, 또는 생리대 등에 숨겨 반출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건져낸 이들의 영상은 러시아의 가짜뉴스에 묻힐 뻔한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데 귀중한 자료가 됐다.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상영한 이후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초로 지난해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서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 일이 없었다면 좋았을텐데…. 이 트로피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고, 점령하지 않은 세상과 맞바꾸고 싶습니다"라고 밝혀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영화에는 전쟁의 참혹함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 두루 담겼다. 지리하게 이어지는 이 전쟁의 시작과 끝을 질문하게도 한다. 특히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들이 즐비한 집단무덤,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공포에 질린 아이들의 모습 등은 씁쓸한 잔향을 남긴다.
김은경기자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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