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아파트 게임

  • 장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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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01  |  수정 2024-11-01 08:28  |  발행일 2024-11-01 제26면

최근 블랙핑크의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컬래버한 곡 'APT.'가 연일 음악 방송과 각종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술 게임으로 유명한 '아파트 게임'과 관련된 이 노래는 대부분은 익숙하다 느끼는 멜로디와 박자이지만, 지역이나 출신 학교, 출신 과 등에 따라서 "서울에서는 이렇게 아파트 게임을 하는지 처음 알았다" "이게 술게임에 관련된 노랜지 인트로를 듣고 나서 알았다"는 등 "낯설다"는 반응도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술게임 특성 상 게임의 인트로는 지역이나 학교, 과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멜로디나 박자 등 인트로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술게임인 경우도 있다.

이 곡은 대부분의 가사를 영어로 구성하고 미국식 영어 발음으로 부르지만, '아파트' 만큼은 한국식 영어인 '콩글리시'로 말한다. 아파트를 뜻하는 Apartment에서 파생된 아파트라는 단어는 영어에는 없는 말이라 애초에 영어식 발음으로 할 수 없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노래의 맛을 살려준다.

노래와 관련된 '아파트 게임'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선 참가자들이 두 손을 겹쳐서 층층이 쌓는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한 '게임 주인'이 층 수를 지정하면 가장 아래에 깔린 손부터 하나씩 위로 올리며 층 수를 세어 나가면 된다. 그렇게 진행하다가 게임 주인이 지정한 층 수에서 손을 뺀 사람이 벌칙에 걸린다. 인원수에 상관없이 할 수 있고, 게임을 시작한 게임 주인에게 더 유리하지 않아 공평하게 할 수 있으면서 규칙과 방법이 간단해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게임이다. 로제의 'APT.' 덕분에 외국인들도 노래를 따라부르며 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외국인 친구를 사귈 때도 언어를 떠나서 함께 즐기기 좋은 새로운 장르가 한 가지 더 생긴 셈이다.

로제의 아파트가 흥행을 이끌며 또 다른 아파트도 그 영향을 함께 받기 시작했다. 바로 1982년에 발매되어 인기를 끌었던 윤수일의 '아파트'다. 주로 응원가로 많이 쓰이는 이 곡은 운동회나 체육대회에 참가해 본 성인들이라면 누구나 '으쌰라으쌰' 하는 추임새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대중들은 윤수일의 아파트를 두고 "재건축 축하드립니다" "구축 아파트도 좋네요"하는 농담 섞인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세대와 국경을 넘어 함께 즐길 수 있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오락거리가 생긴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되어 마땅하다. K-pop과 드라마를 넘어 한국의 게임문화까지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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